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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나날, 기록87

위로 (18.09.27) 대단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엄청난 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도. 한계가 명확하더라도. 괜찮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할 수 있는 것들만 해내면 되는거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다. 억지로 무리하지 않아야, 가야할 길을 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그저 세상 수 많은 사람 중에 하나일 뿐. 2020. 2. 20.
허리통 (18.09.06) 얼마 전부터 허리에서 묵직함이 느껴졌다.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생업은 나의 준비됨을 기다리지 않기에, 불편함을 무릎 쓰고 일어나 일상적인 생활을 했다. 몸을 쓰고 움직이면서 등에서 느껴진 묵직함은 날카로움으로 바뀌었다. 약간만 몸을 움직여도 분명 숨을 쉬고 피가 도는 나의 육체 내에서 낙뢰가 치는 듯했다. 아프다고 말했다. 나의 아내와 동료들이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왔다. 위로의 말도 전해왔다. 말과 눈 빛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다정함이 약간의 위로가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노동을, 노동으로 인한 육체의 고통을 줄여주지는 못했다. 산다는 것은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지 하고 스스로 되뇌어 보았다. 문득 마음 깊은 곳에서 '외로움'이 피어 올랐다. 왜였을까. 그 감정의 이유를 찾고 싶었다. 결국.. 2020. 2. 20.
나는 비흡연자 (18.08.24) 나는 비흡연자란 말이오! 나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흡연을 해본 적이 없다. 매번 방 안에서 담배를 태우던 아버지가 내뿜는 매캐한 냄새가 싫었다. 연기는 방 안 형광등의 빛을 더욱 산란시켜, 안그래도 어두운 반지하 방을 더 암울하게 만들었다. 어머니가 이사오면서 집주인에게 부탁하고 얻어낸 새하얀 벽지는 금새 누렇게 변했다. 가래침과 뒤섞여있는 꽁초, 꽁초에서 새어나오는 악취, 마치 고름처럼 보이는 재떨이를 채운 썩은 물. 집 안에서 유일하게 흡연을 하던 아버지는 꽤나 골초였던 것인지, 집 안에서도 줄기차게 담배를 피워댔다. 담배냄새가 난다는 것은 아버지의 존재를 의미했고, 아버지의 존재가 두려웠던 나에게 담배 냄새는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괴로움이었다. 중학교 때였나, 집에 혼자 있게 되었는데 창틀.. 2020. 2. 20.
퇴근 (18.08.13) 퇴근하는 전철 안에서 문득, 오늘은 참 의미있는 하루였다는 말 속에는 어떤 날들은 의미가 없다는 말이 담겨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날의 의미를 찾다보면, 필시 의미 없다고 느껴지는 날들이 있을 것이었다. 의미에 갈망할수록 무의미라는 그림자가 더 커진다. 하루가 그냥 하루일 때에야 비로소 기쁨, 슬픔, 즐거움, 기쁨, 절망, 분노 같이 다양한 감정이 담길 수 있다. 기쁨이나 슬픔 같은게 하나 씩만 담겨도 이상할 것이 없을 것이고, 반대로 하나씩 빠져 있어도 이상할게 없는, 그냥 하루가 될 것이었다. 행복을 찾는 이에게 행복이 보이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일까. 그저 하루를 견뎌내는 사람, 사막에 줄지어 찍힌 외로운 발자국이 바람에 덮여 사라질지라도 새로운 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사람이어야만 느.. 2020.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