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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나날, 기록87

탄로 (18.07.13) 차선을 따라 달리고 있는데, 옆 차로에 정차해 있던 승용차 한 대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평소 게임으로 단련되어온 반사신경을 이용하여 연출한 경이로운 급브레이킹. 짐들이 앞으로 밀리며 의자 뒤를 가격해온다. 가까스로 사고를 피했으나, 놀란 가슴에 분노가 피어올랐다. 있는 힘을 모두 실은 주먹으로 경적을 내리쳤다. 한 번, 두 번, 세번. 못 참겠어서 한 번 더.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앞으로 치고 나가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승용차 운전석에 타고 있을 사람을 머릿속에서 떨쳐버리고 싶으나 어렵다. 내가 아직 이 정도 밖에 안되는거겠지. 사고 나지 않음에 감사해야하는데, 괜시리 내 정체가 탄로나버린게 더 씁슬하다. 2020. 2. 20.
안녕하세요 (18.7.11) 애청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안녕하세요'다. 시청하고 있으면, 옆에 있던 아내가 보고만 있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다른 프로그램으로 돌리려고 한다. 그래도 나는 왠지 보고 또 보고 싶어져서, 너무 너무 보고 싶은데 그냥 보면 안되느냐고 부탁을 해본다. '안녕하세요'는, 뭐랄까. 세상에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수 많은 사람이 존재하는구나. 이해 불가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게 이상한 건 아니겠네. 어쩌면 나도 누군가에게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등등을 느끼게 해준다고나 할까. 깨달을 수록 그런가보다 하고 넘겨낼 줄도 알고 살아야 할터인데. 에피소드는 늘어나도 왜 내 내공은 제자리 걸음인지. 2020. 2. 20.
게임(18.07.10) 하루 일과가 끝나고 집에 오면 나도 아내도 게임을 한다. 나는 이런 저런 것들을 아내는 농사 짓는 게임을 한다. 어렸을 적,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봤다고 했던가. 씨 뿌리고 물주고 수확하는 게 뭐가 재미있는지는 나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굉장히 열심히 한다. 특이하게도, 농사가 잘 되고 레벨이 올라가면 실물 농축산물로 결과물을 바꿀 수가 있는데, 그걸로 돼지고기 숙주 볶음이었던가? 닭고기 볶음이었나? 두 번 정도 상품을 교환해서 받아 먹은 적이 있다. 2년 전, 아내가 이걸로 수박 키워서 수박 먹게 해주겠다고 했는데, 수박은 아직... 먹은 적이 없다. 이번 여름이 가기 전에 아내가 키운 수박 한 번 먹어봤으면. 나는 매달 게임 사는데 용돈을 탕진하는데, 아내는 회사에서 일하고, .. 2020. 2. 20.
의도하지 않게 동참할 수도 있는 우리의 불의(18.07.05) 의도하지 않게 동참할 수도 있는 우리의 불의 지난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었다. 지금은 지방 선거가 끝난 후라 조금 조용한 감이 있지만, 선거가 끝나기 전에는 얼마나 시끄러웠는지. 아침 일찍 일어나 눈 비비며 출근 길에 올라도, 스피커에서 나오는 선거 송이 잠을 다 달아나게 했고, 이 노래, 저 노래, 인사말 등등이 섞여서 어디든 시장통 같았다. 이것은 길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어디든지 어떤 후보에 대해서 논쟁이 오고 갔는데, 회사에서, 모임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그랬고, 온라인 상에서는 쉬는 시간도 없이 논쟁이 계속 되었다. 언젠가 우리 모두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는 호소를 사회적으로 했던 시기가 있었다. 사람들이 그 만큼 정치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는데, 지금은 정치가 국민의 눈치를.. 2020.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