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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나날, 기록87

신뢰 (19.11.29) 그는 내게 사람들을 신뢰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사람들이란 누구를 뜻한다는 말인가. 신뢰란 무엇을 가리키는가. 아마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 있다는 것으로 인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냐는 뜻이리라. 나는 순식간에 계산을 끝내고 바로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는 조금 놀란듯한 표정을 지었다. 약간의 고요가 흐르고 그는 말했다. 너도 책임질 마음이 없구나. 나는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누구든지 한 테두리에 묶였다는 것으로 온전하게 나를 내어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타인들도 내가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의 삶을 짐져주리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동화 같이 어린 시절 믿고 있다가 깨져버린 조각으로 상처가 나면, 그 통증에 현실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되는 시기가 온다. 이미.. 2020. 2. 20.
글 쓰기의 괴로움 (19.11.08) - 살아가는 것이 힘들고 괴롭다. 왜이리 사는 것이 힘겨운 것인지 하늘을 향해 물어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아 헛헛한 마음만이 남는다. 내 능력이 부족해서인지, 약해서인지, 그래서 나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도태되고 사라져야하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따져 물으면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쉽게 수긍하게 되기도 한다. 순간의 멈춤조차 없이 흘러가는 세상에 몸을 맡긴 사람들이 멀어져가는 것을 보며, 혼자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넘쳐나는 외로움에 질식하는 것 같을 때도 있다. 그럴 때 작은 숨구멍이라도 내주는 것이 있다면, 현실이 과연 어떠한 것인지, 현실 속의 우리들이 과연 어떤 존재들인지 한 발짝 물러나 관망해보는 것이다. 세상이 언제 평화로웠던 적이 있던가. 사회가 정의로울 때가 있던가. 약자가 대우를 받고 강자.. 2020. 2. 20.
오랜만 (19.07.05) 너무나도 오랜만에 썼다. 빈 틈이 길어질 수록 다시 넘어서는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며칠을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끙끙대다가 한 문장을 시작했다. 방향이 생기니 길을 내는 것은 덜 힘들었다. 숨 쉬듯이, 밥 먹듯이, 몸을 씻고 청소를 하듯이,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듯이, 그냥 그렇게 움직이지 않으면 살아 있기는 어려운 것이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살아있음을 느껴본다. 2020. 2. 20.
휴일을 보내다 (18.11.30) 휴일을 보내다. 직업 특성상 주말에 일을 할 수 밖에 없고, 그렇기에 평일에 쉬는 날이 종종 있다. 아내와 함께 휴일을 맞이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내는 일반적인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어서 그렇게 되긴 어렵다. 막 잠에서 깬 모습으로 아침 일찍 출근길을 나서는 아내를 보내고, 우유 한 잔과 계란 두 알을 삼키면 다시 잠이 오기 시작한다. 전기 장판과 이불을 정갈하게 정리한 채 침대 위로 다이빙, 한 시간이나 두 시간 쯤 잠을 자고 일어나면 점심 먹을 시간이 다가온다. 늦은 외출 준비를 마치고 계획도 없이 밖으로 나온다. 집 근처 명지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식당을 가고 카페를 간다. 나는 생기넘치는 학생들을 지나쳐 발걸음을 때다가 문득 마주친 돈까스 집 앞에서 허기를 느끼고 가게로 들어선다. 가게는 .. 2020.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