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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18.11.10) 나는 심판자의 대리인이 아니다. 당신은 지금 미워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없다고 말 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가슴을 울컥하게 만드는 누군가가 바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상해본다. 미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생각이 달라서. 가치관이 안 맞아서. 힘들게 해서. 잘 몰라줘서…결국 나와는 다른 타인, 너무나도 멀어서 이해해보고 싶어도 이해할 수 없는 그 간극이 고통스러운 것은 아닌지. 어쩌면 그것은 정말로 당신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스트레스를 유발해서 소화불량에 빠지게하거나 일에 집중할 수 없게하거나, 잠을 쫓아버릴수도 있다. 대게 그러하다. 당신이 배워온 것에 따르면, 그는 틀렸다. 그가 틀린 이유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그런 나의 의견에 동조할 때도 있다... 2020. 2. 20.
심호흡 (18.10.22) 문득 숨이 가빠진다. 떨쳐내려고 해도 떨쳐지지 않는, 화염이 폐를 가득 채운다. 사이에 숨어있던 산소가 발화하고 폐는 고무 풍선처럼 뻥하고 쪼그라든다. 후-하- 내쉬는 숨에 꽃이 타들어간다. 들이쉬는 숨에 내가 타들어간다. 물수건 하나를 이마에 얹어보지만 죽은 호흡을 살려줄 수는 없다. 불이 나를 삼키지 못하게 조절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불이 모든 것을 태우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그냥 모래 한 줌 흩뿌려서 꺼보려하다가도. 불이 꺼지면, 추위가 오고 추위가 시작되면 꽃이 필 수 없다. 꽃 피기를 기다리는 아내에게 미안하여 나는 다시 불길을 잡는다. 다시 한번 심호흡. 조금 덜 뜨거운 불이 되기를. 조금 더 따뜻한 온기가 되기를. 다시 한번 심호흡. 2020. 2. 20.
삭개오와 친구가 되고 싶은가 (18.10.09) 삭개오와 친구가 되고 싶은가 자신의 업적을 과하게 드러내는 사람들은, 마음 깊은 곳에 열등감이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자신이 대단하다고 말하지 않고서야, 무의식적으로 무가치할 것 같은 스스로를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강박적으로 청결을 강조하며 씻은 몸을 씻고, 또 씻어내는 사람들은 청소나 목욕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죄책감, 스스로를 더럽다고 여기는 어떤 마음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비슷한 이야기는 많다. 어떤 일에 과도하게 흥분하고 있을 경우, 그 사람은 객관적으로 일어난 일 이상으로 무언가 사연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했던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기 싫어하는 자가 타인의 치부를 확대해낸다. 흰색도 더 흰 색 옆에서는 누렇게 보이듯, 더큰 치부가 그냥 치부를 감춰버린다.. 2020. 2. 20.
위로 (18.09.27) 대단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엄청난 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도. 한계가 명확하더라도. 괜찮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할 수 있는 것들만 해내면 되는거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다. 억지로 무리하지 않아야, 가야할 길을 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그저 세상 수 많은 사람 중에 하나일 뿐. 2020.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