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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나날, 기록

심판 (18.11.10)

by GrapeVine.Kim 2020. 2. 20.

나는 심판자의 대리인이 아니다.

당신은 지금 미워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없다고 말 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가슴을 울컥하게 만드는 누군가가 바로 떠오를 것이라고 예상해본다.

미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생각이 달라서. 가치관이 안 맞아서. 힘들게 해서. 잘 몰라줘서…결국 나와는 다른 타인, 너무나도 멀어서 이해해보고 싶어도 이해할 수 없는 그 간극이 고통스러운 것은 아닌지.

어쩌면 그것은 정말로 당신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스트레스를 유발해서 소화불량에 빠지게하거나 일에 집중할 수 없게하거나, 잠을 쫓아버릴수도 있다. 대게 그러하다.

당신이 배워온 것에 따르면, 그는 틀렸다. 그가 틀린 이유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그런 나의 의견에 동조할 때도 있다.

나는 그의 문제를 지적하고, 그가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해답을 줄 수도 있다. 그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 나는 기꺼이 그러한 아량을 베풀 의향이 있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정말 나는 옳은가. 그는 정말 틀렸다고 할 수 있는가.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배워온 지식에 의한 것인가. 그 지식은 절대적인가. 지식은 시간과 공간에 의해 바뀌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의 의견인가. 다수의 의견이 항상 옳지도 않다. 인생에서 겪어온 경험에 의한 판단인가. 그 또한 인생에서 독특한 경험을 해온 자가 아닌가.

선하신 분이, 진리이신 분이 계시다면, 하나님 한 분일 것이다. 그는 언젠가 모든 것을 심판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옳은 것도, 그른 것도 그가 판단하여 누구보다도 공평하고 공정한 심사를 내릴 것이다. 그 심판 앞에서 나는 옳다고 주장할 수 있는가. 그가 틀렸다고 항변할 수는 있는가.

결국 우리 모두, 심판대 앞에 설 자들이 아닌가. 같은 운명에 있는 피조물이 아닌가. 판단은 우리의 몫이 아닐 것이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다만,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다하며 선택하고 살아가는 것과, 이해할 수 없더라도 존중하는 것과,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는 것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게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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