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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903, 추락 높은 하늘에는 아직 뜨거운 여운을 남기는 해가 떠있다. 한산한 거리에는 흰 반팔 셔츠에 검은 양장바지, 검정색 혹은 갈색의 구두를 신고는 무표정하게 담배 연기를 내뿜는 몇몇 남성들과 화려한 색깔이 군데 군데 섞여들어간 등산복을 입고서 무리지어 걸어가는 중년 여성들이 보였다. 느즈막히 어딘가를 가야겠다고 결심하고는 이것 저것 챙겨서 밖으로 나온 나는 그들이 보이는 큰 유리 창 앞 테이블에 앉아서 이렇게 한가롭게 타자를 치고 있다. 마치 이것이 내가 할 일이라는양, 무언가 대단한 것을 적어내는양.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속에서 맴돌다가 연약한 속살을 할퀴고 흘러내려버릴 무언가를 달래듯 풀어줄 요량으로 죄책감 혹은 실망감 비스무리한 것들을 적어내려가는 것이겠다. 일 하지 않는 사람은 어려움을 갖는다. .. 2015. 9. 3.
기억되지 않는 곳에서 기억되지 않는 곳에서 처진 어깨 아래가 축축했던 사람은 얼굴이 벌겠다. 터벅터벅 걸어와 나를 향해 시커먼 입을 벌린다. 네가 누군지는 모른다만 좀 마셔야겠다. 거친 손길로 목마름을 해결한 사람은 등을 돌리고, 자신의 자리로, 사람들에게로 떠났다. 툭- 툭- 닦을 수 없는 눈물이 추접스럽게 흐른다. 기억되지 않는 존재가 되어 나는 여기 있다. 왜 조물주는 눈물이 존재의 이유가 되도록 했는가. 그러나 나는 나를 위해 다시, 누군가를 기다린다. 2015. 9. 1.
150901, 그들은 어떻게라도 봄,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온다. 벌써. 어제 피었던 것들은 오늘 지고, 오늘 피어난 것들은 내일 지겠지.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가는 듯한 풍경들 앞에서 나도 그들과 함께 지금을 그리는 한 부분이 되었겠구나 싶었다.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그들은 어떻게라도 오늘을 살아간다. 2015. 9. 1.
150901, 보다 2015.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