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나날, 기록

의도하지 않게 동참할 수도 있는 우리의 불의(18.07.05)

by GrapeVine.Kim 2020. 2. 20.

의도하지 않게 동참할 수도 있는 우리의 불의

지난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었다. 지금은 지방 선거가 끝난 후라 조금 조용한 감이 있지만, 선거가 끝나기 전에는 얼마나 시끄러웠는지. 아침 일찍 일어나 눈 비비며 출근 길에 올라도, 스피커에서 나오는 선거 송이 잠을 다 달아나게 했고, 이 노래, 저 노래, 인사말 등등이 섞여서 어디든 시장통 같았다. 이것은 길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어디든지 어떤 후보에 대해서 논쟁이 오고 갔는데, 회사에서, 모임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그랬고, 온라인 상에서는 쉬는 시간도 없이 논쟁이 계속 되었다.

언젠가 우리 모두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는 호소를 사회적으로 했던 시기가 있었다. 사람들이 그 만큼 정치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는데, 지금은 정치가 국민의 눈치를 살피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된 것 같아 나쁘지 않았다.

선거 전에 회사에서 사람들과 점심을 먹는데, 역시 누군가가 ‘어떤 정치인’에 대한 소문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굉장히 영향력 있는 정치인에 대한 스캔들이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의견을 냈는데,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아니 뗀, 굴뚝에 연기 나겠어? 뭔가 있으니까 그런 소문이 도는거지.”

소문이란 굉장하다는 생각을 했다. 선거가 끝난 지금까지도 밝혀진 사실이 없으나, 누군가 흘린 소문이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되어 기정사실화 된 진실로 둔갑한다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 아닌가. 그것에 영향을 받아서 생각과 결정이 변한 사람은 없을까. 밝혀진 것이 없는 이야기가 세상을, 사람들을 바꿔버릴 수 있는 것인가. 만약 소문이 사실과 달랐다면, 이후 변화에 대한 책임은 결국 누가 지어야하는가. 여러가지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그러니까 일단 뱉고 보는 것이 아닌가. 사실로 밝혀질 때 이야기해도 늦지 않을 것을.

어릴 때는 신문과 뉴스에 나오면 진짜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이익을 위해선 진실을 가리거나 왜곡하는 것이 세상이었다. 거짓 뉴스가 돌면 그것을 믿는 사람들로 인해 진실이 되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어떤 소문이 나면, 그것이 사실로 밝혀지기도 전에 댓글에서 이미 누군가는 죄인이 되어 죽어 마땅한 사람이 되곤 한다.

그러나 나는 안다. 한번 결정되고 변질되어 버린 것을 원래대로 돌려 놓는 것이란 대개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상처 입고 떠난 사람들을 원래대로 치유할 수도 없다는 것을.

우리가 돌을 던져 누군가의 삶을 망가뜨리기 전에, 과연 사실은 무엇인지, 왜곡된 것은 없는지 잘 돌아보고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책임은 거짓을 만든 자에게도, 거짓을 믿는 자에게도 있다.

'살아가는 나날,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녕하세요 (18.7.11)  (0) 2020.02.20
게임(18.07.10)  (0) 2020.02.20
우리 모두의 타노스(18.05.13)  (0) 2020.02.20
기대(18.05.12)  (0) 2020.02.20
라이프 트래커(18.02.06)  (0) 2020.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