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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나날, 기록

우리 모두의 타노스(18.05.13)

by GrapeVine.Kim 2020. 2. 20.

우리 모두의 타노스

당신은 타노스를 아시나요. 타이탄 행성 출신으로 뛰어난 힘과 지혜를 지닌 거구의 사내를. 그는 타이탄의 인구가 많아져 타이탄이 멸망할 것을 예측했습니다. 그래서 인구의 절반을 죽여야만 모두가 살 수 있다고 주장했지요. 타이탄 사람들은 타노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고, 타이탄은 인구 증가로 인해 멸망의 길을 걷습니다. 죽어버린 별을 바라보며 타노스는 다짐합니다. 우주가 멸망하지 않도록 우주의 생명 중 절반을 죽이겠노라고. 그리고 그는 자신을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과 시련을 이겨내고 그의 믿음을 관철시키지요. 피와 땀, 눈물의 드라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바로 영화 [어벤져스3]의 내용입니다.

갑자기 왠 영화 이야기냐고요? 조금 뜬금없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여기에서 믿음과 삶이라는 것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야기란, 모두 [믿음]에 대한 것이지요. 모든 인물은 각자 신념이라는 것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이런 신념이 저런 신념을 만나서 때론 동조하고, 격려하고, 변하고, 부딪히는 것이 바로 이야기이지요. 어떤 믿음은 전쟁처럼 수많은 고통을 일으키기도 하고, 어떤 믿음은 평화를 가져다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의 삶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결국 이야기는 현실을 빗댄 것이기 때문이지요.

타노스는 인구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숭고한 희생이자 전 우주의 구원이라고 믿습니다. 타이탄 행성의 멸망을 떠올리면, 이것은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정말 그럴까요? 과연 누가, 그것이 세상의 진실이라고 증명해줄 수 있을까요? 만약 그것이 진실이 아니었다면, 이미 죽어버린 우주의 생명 절반 앞에서 타노스는 책임을 질 수 있을까요? 그러나 그는 신이 아닙니다.

믿음과 진리는 우리가 입에 자주 올리는 말입니다. 우리 또한 우리가 믿는 바를 삶에서 펼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저는 가끔 무서울 때가 있습니다. 내가 나의 믿음에 의해 타인에게 끼친 영향이 옳지 않은 것이었다면? 잘 못된 것이었다면?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 곳에 진리가 있다고. 그러나 저는 생각합니다. 그 거대한 진리 앞에 서있는 우리에게도 오류가 없나요? 우리는 신의 뜻을 한치의 오해도 없이 바로 이해하고 있을까요? 저는 신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을 믿을 수 없습니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이미 신의 경지에 다다른 것이지만, 우리 중 누구도 신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생각해봅니다. 타노스가 되지 않기 위해서 나는 어때야 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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