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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나날, 기록

두려움 (19.12.12)

by GrapeVine.Kim 2020. 2. 20.

인간의 사고와 믿음은 불완전하다. 우리는 태양이 내일 또 다시 뜰 것이다라는 문장이 언제나 사실이라고 믿지만, 내일 혹은 수백만년, 수십억년의 시간이 흐른 후 태양이 수명이 다하게 되었을 때 저 문장은 사실이 아니게 된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100년 전에는 당연하지 않았고, 100년 후에도 당연하지 않을 것이다. 같은 장면을 보더라도 이해의 깊이에 따라 해석은 달라진다. 한 장면이라는 팩트가 같더라도 그 것에서 도출되는 결론이 달라지는 것이다.
사람이 어떤 입장을 결정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 우리는 오랜 시간 숙고하고 이성적으로 판단을 내린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판단이 얼마나 순식간에 이뤄지는지, 감정과 경험이 결정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잘 생각해보지는 못한다.
객관적이지 못한 것이 사람이기에 진실을 알고 말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은 조심스러워야하는 것이다. 두려워해야하는 것이다. 나의 오해가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잘못해서 누구를 죽였는지도 깨닫지 못한채 득의양양하게 웃음을 짓고 자신의 행복을 만끽하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두렵다. 지금의 우리가. 누군가를 죽이고 살리는 것이 온전한 정의와 객관적인 이성으로 균형잡힌 인간의 결정으로 이뤄진다고 믿는 우리가. 무섭다. 억울한 사람들의 죽음에 신경쓸 겨를이 없는 우리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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