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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야기, 창작

겨울거리

by GrapeVine.Kim 2014. 12. 18.

겨울거리                        


하루 일이 끝나고 시장 앞을 지나다가.

추운 겨울, 전등 불빛 하나 켜놓고선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노점상을 지키는

아주머니를 보게 되었다.

작은 수레에는 가지런히 정돈된

양말이며 꽃 그림 그려진 모자들이

노오란 전구 불 빛 받아서 따듯하게 보이고 있었지만.

아주머니는 멍한 눈으로 그저 우두커니 그 앞을 지키고 계셨다.

찬 바람에 입이 얼어버린 것일까.

추위 속에 뱃 속이 다 식어버린 것일까.

하루 종일 자식 새끼 생각하며 양말 한켤레를 팔던

아주머니는 그렇게 지쳐있었다.



업질러진 물이 하얗게 바닥 위에 얼어버린 그날,

제대로 먹지도, 제대로 앉지도 못한 그날,

따듯한 밥 한 그릇이 될 두어장의 지폐만이 유일한 희망이었을 것을.



오늘 하루, 먼지 날리는 작은 방에서 눈이 빠지도록 바느질을 했을

나의 어머니가 그 앞에 서있었다.



삶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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