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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야기, 창작

심호흡 (18.10.22)

by GrapeVine.Kim 2020. 2. 20.

문득 숨이 가빠진다.
떨쳐내려고 해도 떨쳐지지 않는,
화염이 폐를 가득 채운다.
사이에 숨어있던 산소가 발화하고
폐는 고무 풍선처럼 뻥하고 쪼그라든다.
후-하-
내쉬는 숨에 꽃이 타들어간다.
들이쉬는 숨에 내가 타들어간다.
물수건 하나를 이마에 얹어보지만
죽은 호흡을 살려줄 수는 없다.

불이 나를 삼키지 못하게 조절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불이 모든 것을 태우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그냥 모래 한 줌 흩뿌려서 꺼보려하다가도.
불이 꺼지면, 추위가 오고
추위가 시작되면 꽃이 필 수 없다.

꽃 피기를 기다리는 아내에게 미안하여
나는 다시 불길을 잡는다.

다시 한번 심호흡.
조금 덜 뜨거운 불이 되기를.
조금 더 따뜻한 온기가 되기를.

다시 한번 심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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