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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울타리를 넘어, 리뷰11

이해와 포용, 그 한계에 관하여- 알래스카의 아이히만을 읽고(20.01.30) 이해와 포용, 그 한계에 관하여 - 알래스카의 아이히만을 읽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을 읽어 본 적은 없다. 독일의 한나 아렌트와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과 더불어 워낙 유명한 이름이기에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아이히만, 나치당의 고위급 간부였던 그는 유대인 수용소를 관리하며 유대인 학살이 착실히 진행되도록 운영했다. 그는 독일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하자 이름과 신분을 숨기고 아르헨티나로 도망쳤다. 1960년까지 다른 이름으로 살던 아이히만은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에 의해 납치되어 1961년 예루살렘에서 공개재판을 받았다. 전 세계에 중계되고 있는 법정에서 아이히만은 자신은 그저 명령에 따랐을 뿐, 의도적으로 유대인들을 학살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을 지극히 .. 2020. 2. 20.
만들어진 진실 북 리뷰 (19.12.03) 진실이 무엇인지 알기란 너무나 어려운 시대입니다. 사실의 편린들을 이야기하지만 듣는 이들로 하여금 거짓된 모습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은 쉽기만 한 시대이기도 합니다. 여론을 움직이는 자가 승자가 되는 세계에서 힘이란, 정의란, 진리란 과연 무엇일까요. 세상은 너무나 커서 작은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 전체의 일부분일 뿐이라는 것을 안다면, 어떤 사실이 우리를 진실로부터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면, 누군가가 사실을 기반으로 한 거짓말로 우리로 하여금 후회스러운 선택을 하도록 하는 것을 조금은 더 피해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믿음은 행동과 동일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믿는대로 행동하겠지요. 내가 믿고 있는 믿음이 애초에 거짓이었다면 나의 행동도 거짓이 될 뿐입니다. 사실과 진실과 믿음을 추구하는.. 2020. 2. 20.
세상의 모든 칼라스를 위하여 리뷰 (18.08.11) 폭력이 우리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 수 있을까. 억압이 누군가의 생각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지난 폭력의 역사 속에서 과연 우리는 나아졌는가. 우리가 이룬 것은 무엇인가. 기술이 발전하였지만, 첨단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과 사회는 얼마나 발전하였는가. 여전히 나와 다른 이를 치려고 하고, 빼앗고자 하고, 시기하고, 증오하는 우리는 짱돌에서 칼로, 칼에서 총으로, 총에서 핵으로, 그리고 말과 글로 대체된 무언가를 쥐고서 놓지 않는다. 온갖 종교와 사상은 정리되고 내용을 더해가는데, 학문은 발전하고 논문은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쌓여가는데 우리 사는 곳은 어찌하여 괴롭고 외로운 투쟁의 장소일 뿐인가. 옳음을 위해 싸우는 .. 2020. 2. 20.
리뷰, 대리사회 「대리사회」리뷰 나는 얼마 전까지 A라는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했다. A시설에서는 6개월에 한번씩 ‘장터’라는 행사를 열었다. ‘장터’는 각종 물건들과 음식을 지역 주민들과 A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행사였고, 사회복지 기금 마련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기에 A시설에서는 대대적인 홍보를 하곤 했다. 그러나 그 행사의 이면에는 좋은 모습만 담겨있진 않았다. A시설의 직원은 ‘장터’를 위해 자신의 애장품을 시설에 기부해야했다. A시설은 각 부서별로 장터에서 사용되는 화폐인 ‘쿠폰’을 약 100만 원가량 구입토록 했다. 내가 소속된 부서에는 부서원이 13명이었는데, 직급에 관계없이 100만 원을 나누어 쿠폰을 구입해야만 했다. 행사는 보통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진행되었는데, 모든 직원이 출근해야했다. .. 2017.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