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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야기, 창작

동상(17.12.04)

by GrapeVine.Kim 2020. 2. 20.

동상

하늘을 향해 눕고 싶다.
벌거벗은 육체로 바람을 맞고 싶다.
무겁기만한 외투는 벗어버리고
가리워지지 않은 창공을 향해
벌거숭이의 숨결을 내쉬고 싶다.

푸석거리는 피부가 찢어질지라도
새어나오는 피가 마를지라도
어쩌면 비라도 떨어져주진 않을텐가
눈이라도 올라치면
세상의 종말을 볼 수 있지 않을텐가

무심한 눈동자는 바닥을 보고
바닥은 아직 단단하게 서 있다.
죽을 때까지 견고하리라 다짐한 것들도
죽기 전에는 문드러지고마는데
나는 그 전에, 하늘을 향해 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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