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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야기, 창작

눈 찌꺼기

by GrapeVine.Kim 2014. 12. 18.

밖은 하얀 눈이 내리고 있다. 

하얀 눈은 나에게 닿자 마자
이내 녹아버리고
검은 빛 물들어 있는 어깨 위에서
색을 바래 검게 물들고 만다.

녹아 사라지는 눈을 보다가
시선을 돌린 길 위에는
아름다움은 어디에도 없이
더러운 찌꺼기로 가득할 뿐.
아름다움은 짧고 찌꺼기는 길다.

휘몰아치는 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녹아 없어질 것들이 생채기를 낸다.
이것들아 그냥 없어져 버려라.
이것들아 그냥 내리지 말아라.
멀뚱이 하늘을 보며 소리 없이 항의하지만

어느새 나는 그저 눈 보라 속에서
어느새 나는 그저 찌꺼기 속에서
더럽게 물든 나를 발견할 뿐,
서럽게 울지 못해 차갑게 식어갈 뿐.
녹아내리는 눈 물 한방울만이 아래로 떨어질 뿐.

아마 오늘은 밝아오는 아침까지 
눈 찌꺼기가 내리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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