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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야기, 창작

겨울새

by GrapeVine.Kim 2014. 12. 18.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과는 대조적인


 


추운 겨울,


 


새로운 싹을 틔울 시기는 춥기만 하다.


 


아프고 시린 삶을 감추듯 어둠을 지난 세상은


 


하얀 눈으로 덮여 있고


 


순백의 세상은 속도 없이 아름답기만 하다.


 


추위를 피해, 외로움을 피해 들어온 작은 카페에서


 


작은 창으로 트인 세상을 바라보았다.


 


하얗게 옷을 입은 나무 위로 


 


작은새 위태롭게 앉아있다.


 


하얀 모래 밭 사이에서 아침이나 먹었을까.


 


얼어 붙은 세상에서 먹을 것을 찾고 있었을까.


 


이리저리 쉴 새도 없이 고개를 흔든다.


 


바람이 부는 듯, 나무가 흔들린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곧게 서있는 나무일지라도


 


가지의 끝은 곧 부러지기라도 할 듯 본심을 드러낸다.


 


사방으로 흔들리는 가지 위의 작은새


 


떨어져 죽을까 마음을 준비했는데


 


새는 떨어지지 않았다.


 


바람은 나무를 흔들고, 나무는 새를 흔들지만


 


나무가 바람과 함께 흔들리 듯, 새는 나무와 함께 흔들릴 뿐.


 


흔들리던 새는 비축해두었던 힘으로 


 


바람과 함께 다시 날아올랐다. 


 


새는 멀리 멀리 날아가다가 


 


어딘가에서 흔들거리고 다시 날아가겠지.


 


흔들거림 속에서 함께 흔들리는 것도


 


날아오르기 위한 과정일 지 모른다.


 


추운 겨울, 세상 앞에서 흔들 거리는 모든 것들은


 


그저 흔들거리다가 제 자리를 찾아 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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