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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야기, 창작

노점상

by GrapeVine.Kim 2014. 11. 3.

길 위에 늘어선 노점상들 앞으로

완장을 차고 위풍 당당한 험상궂은 사내들이 달려든다.

어제의 범죄가 오늘의 공무가 되어

부수고, 넘어뜨리고, 으깨고, 뒤집는

정의로운 폭력 그 앞에서

울부짖는 아줌마, 짖밟힌 어묵 꼬지,

씨뻘건 국물 얼룩진 땅바닥.

조금전까지 온기를 채워준 사람들은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그저 바라볼 뿐.

새벽 같이 일어나 그저 자식이 학교 잘 다녀오길,

따뜻한 밥 한끼 먹길 바라는 마음은

그렇게 버려질 뿐.


울분에 겨워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선다.

길가에 놓인 작은 꽃 화분 하나가

눈에 들어와 발로 차서 깨뜨렸다.

꽃은 뿌리를 드러내고,

환히 드러난 몸으로 나를 마주한다.

꽃잎이 그의 얼굴에서 흐른다.

한장, 두장, 석장, 넉장

이제  벌거숭이가 된 그 꽃이 나에게 말한다.


'그래, 네가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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