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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과 선 힘과 선 노숙인 요양 시설에서 사회복지사 일을 하던 때의 일이다. 시설에는 많은 노숙인들이 지내고 있었는데, 우리 팀이 담당하고 있는 노숙인만 200여명이 넘었다. 정부에서는 사회복지사들에게 시설 생활자들과 한 달에 한 번 이상 상담을 진행하도록 정해두었다. 쉽지 않았지만, 상담을 진행하면서 그들에 대해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저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참 기구한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길거리에서 헤매고, 죽을뻔한 위기를 겪으며 한참을 돌아 돌아 제 자리를 찾은 사람들이었다. 한 사람에게도 평범함이란 없었다. 노숙인들은 가족이 없을 것이라고 으레 생각하고 있었다. 도와줄 사람이 있었다면 그런 상황은 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도 없이, 형제도 없이, 아내(성인.. 2017. 8. 3.
아이패드 줄까 “아이패드 가지고 갈래?” 몇해 전, 친절한 이가 나에게 아이패드를 주겠노라고 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나에게 쓸모가 있을 것 같다는 것이 이유였다. 나는 고맙다고 꾸벅 인사를 하고 그것을 집으로 가지고 왔다. 구버전의 아이패드였지만 인터넷 서핑도 하고 책도 보는 등 잘 활용했다. 최근 노트북이 필요하나 자신의 것이 고장나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친구를 발견했다. 나는 윈도우와 안드로이드 OS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태블릿 PC를 가지고 있었다. 나도 그것을 잘 쓰고 있긴 했지만, 왠지 나보다 그 친구에게 태블릿이 더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태블릿 말이야. 그 친구 줄까?” “그래도 좋을 듯 하네요.” 태블릿은 그렇게 떠나갔다(잘 가라 녀석). 필요한 사람.. 2017. 7. 13.
고름 고름 며칠 전부터 왼쪽 엄지발가락이 아팠다. 최근 들어 활동량이 늘어나서인지, 아니면 신발이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양쪽 엄지발가락에 손톱만한 크기의 굳은살이 베겼다. 그 중 왼쪽 엄지 발가락은 굳은살과 그 주변을 살짝 건드려지기만해도 애리고 찢어지는 것 같은 통증이 올라왔다. 걸을 때도, 씻을 때도, 쉴 때도 아픈 엄지 발가락이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하지만 나는 시간이 지나면 그냥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버티는 중이었다. 어제 저녁 잠에 들기 전에도 아픈 엄지발가락이 신경 쓰여 왼쪽 손가락으로 이리 저리 만져보게 됐다(손도, 발도 깨끗히 씻은 상태였다). 굳은 살을 건드릴 때만 아프던게 그 주변을 만져도 고통이 느껴졌다. 썩은 치아가 은근하게 욱씬거리며 다른 생각에 집중할 수 없게하는 것 처럼, 발가락이.. 2017. 7. 8.
이유 아래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임을 밝혀 둡니다. #1 자정으로부터 1 시간 정도가 흘렀다. 잠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내일을 생각해선 어서 자야만 한다. 아뿔사, 갑자기 소변이 마렵기 시작했다. 화장실을 갈까 말까 고민이 들었다. 자리 잡고 누웠을 때 요기가 들면 참 난감하다. 그 짧은 거리를 가는 것이 왜이렇게 귀찮은지 모르겠다. 침대 바깥 쪽에 남편이 누워있다. 남편은 날이 더운지 웃통을 벗고 어둠 속에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 "얼른 자. 늦었잖아." "으...응...잘게..." "어허. 핸드폰 내려놓고, 같이 자자.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침대 바깥 쪽에 누워 있는 남편의 몸을 조심스레 넘어서 바닥으로 내려왔다. 이럴 땐 내가 침대 바깥 쪽에서 자고 싶은데, 바닥에 떨어져도.. 2017. 7.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