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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나날, 기록

밥먹고 먼저 일어나면 안되나

by GrapeVine.Kim 2020. 8. 23.

아내와 저녁 식사를 먹는 중이었다. 하루를 마치기 전에 일기를 쓰고 자야겠다고 말을 꺼냈다. 아내는 듣자마자 들어가서 지금 쓰라고 반응했다.

"식사 중이잖아?"

식사 중이라고는 했지만 평소에도 밥을 빨리 먹는 나는 이미 저녁 메뉴로 고른 밥버거 하나를 다 먹고서 아내가 마저 식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여보는 이게 많이 중요한가봐?"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지 이해를 못해 무슨 말인지 물었다. 아내는 평소에도 내가 식사를 먼저 마치면 자신을 기다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게 뭐가 문제인지 생각 중에 아내는 말을 계속했다.

"밥을 먹기 시작할 때에도 내가 오기 전까지 안 먹고 기다리잖아."

그건 또 왜 이상한 것인지 궁금했다.

"나는 누가 먼저 먹을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 먼저 다 먹으면 들어갈 수도 있고."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같이 먹기 위해 기다리고 식사 마치는 것도 함께 하는게 맞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그런 행동을 기본으로 삼고 있었다면 은연 중에 다른 이들에게도 같은 행동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밀접하게 생활하고 있는 배우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을 텐데 어느 정도 나에게 맞춰주고 있던 것이다. 내가 의식하지 못했다고 해도 나는 아내에게 그렇게 행동해주도록 바라고 있었을 것이고. 아내와 내가 식사에 대한 다른 태도를 가지게 된 것은 태어나서 경험한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만약의 일이지만 나중에 아이가 생긴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하고 있을까. 식사 중 먼저 밥을 먹고 일어난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지 않을까. 아내는 잔소리를 하는 내게 왜그러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가운데서 아이는 무엇이 옳은 행동인지 몰라 혼란을 겪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기서 옳은 행동이란게 있을지 모르겠다. 식구 중 누군가 숟가락을 먼저 들면 안되는건가. 먼저 다 먹고서 화장실을 간다던가 할일을 하러 가면 안되는 걸까. 서로 무언가 공통의 대화를 하고 있었다면 아마 누군가가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문제에 대해 나는 왜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아마 누구나 정해져있지 않은 것에 자기만의 방식을 가지고 있고 그 방법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는 게 있을 거다. 인간의 경험은 유한하고, 자기 중심적일 수 밖에 없으니까. 다만 자신의 방식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를 아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주말 저녁 식사 자리였지만 내가 맞다고 여긴 생각 하나가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어 다행스러웠다. 적어도 앞으로 먼저 밥을 먹고 일어난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