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늘어선 노점상들 앞으로
완장을 차고 위풍 당당한 험상궂은 사내들이 달려든다.
어제의 범죄가 오늘의 공무가 되어
부수고, 넘어뜨리고, 으깨고, 뒤집는
정의로운 폭력 그 앞에서
울부짖는 아줌마, 짖밟힌 어묵 꼬지,
씨뻘건 국물 얼룩진 땅바닥.
조금전까지 온기를 채워준 사람들은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그저 바라볼 뿐.
새벽 같이 일어나 그저 자식이 학교 잘 다녀오길,
따뜻한 밥 한끼 먹길 바라는 마음은
그렇게 버려질 뿐.
울분에 겨워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선다.
길가에 놓인 작은 꽃 화분 하나가
눈에 들어와 발로 차서 깨뜨렸다.
꽃은 뿌리를 드러내고,
환히 드러난 몸으로 나를 마주한다.
꽃잎이 그의 얼굴에서 흐른다.
한장, 두장, 석장, 넉장
이제 벌거숭이가 된 그 꽃이 나에게 말한다.
'그래, 네가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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