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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양치를 하다가 비열하게 웃고 있는 얼굴을 마주한다 30년을 쫓아 여기까지 왔구나 깨진 소주 병을 채웠던 것은 핏물이었고 차갑게 식은 김치찌개 위를 공허하게 태운 담배 연기 술도, 담배도 안하는 아이는 그 얼굴을 향해 퇴- 양칫물을 뱉는다 비누 거품은 3초 거울을 가리다 이내 흘러버리고 따갑던 수염만 사라진 채, 아버지는 그 자리에 있었다. 손에 쥔 모든 것을 버리고 맨 몸이 된 주먹이 얼굴을 내리친다 얼굴은 깨지고, 찢어지고, 산산히 부서졌지만 나는 다시 그 핏물을 먹고 토악질을 하고 있을 뿐. 2015. 2. 17.
150216 "오빠가 그 곳에서 일 하기로 결정했을 때, 그 곳이 일하는 사람들의 소유가 될 수 있도록 함께 하자는 이야기에 동의 했을 때, 이번과 같은 상황이 올 것에 대해선 각오한 것 아니었나요?" 혼란과 번잡함 가운데 괴로워하고 있는 나에게 가은이가 말했다. 맞는 말이었기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지금까지의 불평과 한숨이 순간 부끄러움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부끄러움과 더불어, 마음이 한층 따뜻해졌다. 내용은, 내가 너무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지금 내가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으로 나는 조금 위안을 얻었다. 2015. 2. 16.
성공이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성공이란 무엇일까. 성공에 대한 물음은 여기 저기서 나온다. 돈을 많이 버는게 성공이네, 권력을 얻는 것이 성공이네, 명예를 높이는 것이 성공이네, 사랑에 성공하는 것이 성공이네...진부하다면 진부한 질문. 그러나 오늘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은 성공이 무엇인지 보다, 성공에 도달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이었다. 나의 성공이 성공인가, 우리의 성공이 성공인가. 성공은 개인적인 것인가, 집단적인 것인가. 아무래도 전자가 자연스럽다. 우리보다는 나, 자아와 그 실현이 중요해진 시대에, 자신의 성공(성공을 정의하자면 여러 가지 정의가 가능할 수 있으나)을 성취하지 못하면 개인은 실패한 것이다. 개인은 자신의 자아를 실현하고, 자신에게 의미있는 일들을 성취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지극.. 2015. 2. 16.
150213 무력감이 든다. 얼마 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꾸준한 임금을 받는다면 생활을 단순하게 하고, 절약하는 생활을 통해 조금씩 삶의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임금의 액수가 아니었다. 그저 내가 나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삶이 있는 삶을 살고 싶었을 뿐이다. 시간과 사람. 그리고 나의 꿈을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는 여건. 그것이 내게 중요했다. 직장은 꼬박 꼬박 빠짐 없이 정해진 날에 임금이 나오는 곳이었다. 일은 힘들었으나, 정해진 날에는 생활에 걱정이 없을 만큼의 돈이 들어왔다. 삶을 포기해야하는 것일까, 안정적인 임금을 포기해야 할 것인가의 고민은 많았지만. 그러다 나는 삶을 선택했다. 사실 정해진 것은 없었다. 그 선택은, 나아갈 길이 있다는 것에 의미.. 2015. 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