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억 담기, 사진

150808, 하늘 물들이기

by GrapeVine.Kim 2015. 8. 9.

 서울에 열대우림의 스콜 처럼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린 날이었다. 비가 여름의 열기를 잠깐이나마 식혀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비는 곧 멈추었고 어느새 다시 뜨거워진 기온으로 땅은 금새 말라버리고 말았다. 더위를 피해 들어갔던 카페에서 나왔을 때, 해질녘 하늘을 가득 매운 구름만이 비의 여운을 품고 있었다.

 아직 한여름이었고, 더위는 당분간 계속 될 것이었다. 나는 불쾌감으로 가득했다. 이 지긋 지긋한 더위와 청년의 불안이 내 팔, 다리, 사타구니와 함께 심장과 머릿 속을 끓이고 있었다. 흐르는 땀은, 이미 100도씨에 임박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 같았다.

 "그래, 언제까지 계속 될 것이냐. 그래, 언제까지 내가 버티어갈 것이냐." 날숨인지 한숨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폐 속에서 흘러나온 공기에 나는 그렇게 내 생각을 실어 보내고 있었다. 한숨 넘어 올려다 본 하늘은 내가 뿜은 이산화탄소로 점차 붉게 물들고 있는 중이었다.

 

 

 

 

 

'기억 담기,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0808, 선  (0) 2015.08.09
150808, 앞으로 가다보면  (0) 2015.08.09
150807, 재개발  (0) 2015.08.07
2015년, 나노블록 놀이  (0) 2015.08.05
2013년, 제주도의 기억  (0) 201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