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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울타리를 넘어, 리뷰

세상의 모든 칼라스를 위하여 리뷰 (18.08.11)

by GrapeVine.Kim 2020. 2. 20.

폭력이 우리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 수 있을까. 억압이 누군가의 생각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지난 폭력의 역사 속에서 과연 우리는 나아졌는가. 우리가 이룬 것은 무엇인가.

기술이 발전하였지만, 첨단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과 사회는 얼마나 발전하였는가.

여전히 나와 다른 이를 치려고 하고, 빼앗고자 하고, 시기하고, 증오하는 우리는

짱돌에서 칼로, 칼에서 총으로, 총에서 핵으로, 그리고 말과 글로 대체된 무언가를 쥐고서 놓지 않는다.

온갖 종교와 사상은 정리되고 내용을 더해가는데, 학문은 발전하고 논문은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쌓여가는데 우리 사는 곳은 어찌하여 괴롭고 외로운 투쟁의 장소일 뿐인가.

옳음을 위해 싸우는 것이 옳은가. 정의를 위해 적을 쓰러트리는게 정의인가.

그렇다고 대답할 이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해야할 이들조차 그렇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보면 답답함을 느낀다.

그런 내가 올해 가장 읽기 잘 했다고 생각되는 책을, 한줄기 빛이 되어줄 것 같은 책을 만났다.

볼테르의 ‘관용, 세상의 모든 칼라스를 위하여’이다.

볼테르는 칼라스를 변론하며 글을 쓴다. 칼라스는 자신의 아들을 살해했다고 사람들에게 재판받아 사망에 이르렀다. 살인자를 위해 변론한다고? 그렇게 되돌아오는 질문에 볼테르는 마치 이렇게 대답하는 것 같다.

“정녕 살인자는 누구인가?”

그는 너그럽지 못한 사람들이 만드는 지옥에 대해, 스스로 신이 되어버린 사람들에 대해, 잘못된 가르침이 만드는 살인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죽고, 죽이는 시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고, 살아남기 위해선 타인을 짖밟아도 괜찮은 시대, 결국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진리를 추구하기 위해 책임질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생각해봄직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17세기에 태어난 볼테르이기에 그의 이야기에서 종교적 이야기가 많이 나와 종교가 없는 지인들에게는 추천하기 어렵지만, 내 주위에 있는 종교(특히 기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