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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9

옳고 그름 옳고 그름사람은 자신의 삶을 무엇으로 결정하는가. 삶은 옳다고 여기는 사상과 생각을 따라 추구되어진다. 그러나 옳고 그름을 가르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옳고 그른 것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 여기 너무 명확한 문장이 있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돈다." 이것은 옳은 문장일까.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1610년경 목성의 위성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잘못된 문장이었다. 지금에서야 다른 이견이 있을 수 없는 주장이지만, 400년 전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설명해도 틀린 이야기였을 뿐이다. 옳고 그름은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 지금 우리가 아는 지식이 훗날 그릇된 사실로 바뀔 수 있다.옳고 그름은 지역과 환경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동성혼'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비합법적이다. 동성간의 결혼은 법적으로 인정받.. 2017. 8. 29.
사람은 좌 우로 나뉘지 않는다. 사람은 좌 우로 나뉘지 않는다. 분열의 시대다. 개인이 겪고 있는 자아의 분열, 과거 세대와 현재 세대 간 분열, 노동과 자본의 분열, 정규와 비정규의 분열, 정상과 비정상의 분열…이루 다 말할 수 있을까. 누군가 말했다. 분열 없는 이가 누구랴. 분열 없는 사회가 있으랴. 맞다. 모두가 다르고, 같지 않다. 신이 아닌 인간은 완전한 자아의 완성을 할 수 없다. 계속 자라갈 뿐이다. 사회 구성원이 추구하는 것이 모두 다르기에 사회적 갈등은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서로 다름은 문제가 아니다. 그것을 억지로 통합하고자 하는 시도가 사회적 병폐다. 단지 서로 다른 것을 잘 조율하고자 하는 노력과 방법을 개발할 뿐이다. 때문에 다름을 존중하는 것이 나에게 중요하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한 가지 내가 동의할 수.. 2017. 8. 11.
운동화와 오천원 운동화와 오천원 초등학교 6학년 때였나. 운동화 한 켤레를 매일 신었다. 운동화는 걷고, 뛰는 고단한 인생으로 노쇠하였고, 할머니의 쪼그라진 피부처럼 여기 저기 잔 주름이 많았다. 본디 흰색이었을 것인데, 신 바닥은 흙 먼지를 뒤집어 써 누우런 황토색으로 덮였고, 몸통 부분은 검은색인지 회색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색으로 바래버렸다. 학교에 가지 않는 주말이라도 되면 토요일까지 일을 나가는 엄마는 퇴근하고서 꾀질꾀질한 운동화를 화장실로 가지고 가 세숫대야에 넣고 물에 푸욱 담가뒀다. 세숫대야 물은 금새 꾸정물로 변했고, 운동화도 꾸정꾸정하게 변했다. 엄마는 푹 익어버린 운동화를 꺼내 바닥에다 처억- 처억- 몇 번을 패대기 치고선 솔로 팍-팍- 운동화의 쉬어빠진 껍질을 긁어냈다. 그럼에도 운동화는 제 모습을 .. 2017. 8. 4.
무화과 어머님이 태어나 자랐던 전라남도 무안의 하늘에는 구름이 없었다. 파란색 하늘 빛은 태양에서 덮쳐오는 열기에 익었는지 누런 빛깔을 품었다. 9월 정도 되었을까. 가을이 간다는 기별만 넣은채 아직 오지 않았고, 여름은 언제 맛이 갈지 모른채로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무안 집은 가로로 긴 시골집이었다. 중앙에는 마루가 있었고, 마루의 양 옆으로 사랑방과 창고방이 자리잡고 있었다. 마루 뒤에는 안방이 있었는데, 더위 때문이었는지 구멍나고 삐죽 빼죽 문살 밖으로 튀어나온 창호지로 덮인 양쪽 여닫이 문이 항상 활짝 열려있었다. 안방 안쪽으로는 지금은 볼 수 없는, 바깥으로 통하는 작은 홑문이 있었다. 홑문도 마찬가지로 열려있기 부지기수였다. 몇 살이었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그런 어린 시절이었다. 무안 시골집.. 2017. 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