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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이야기, 창작

거울

by GrapeVine.Kim 2015. 2. 17.
양치를 하다가 비열하게 웃고 있는 얼굴을 마주한다

30년을 쫓아 여기까지 왔구나

깨진 소주 병을 채웠던 것은 핏물이었고

차갑게 식은 김치찌개 위를 공허하게 태운 담배 연기

술도, 담배도 안하는 아이는 그 얼굴을 향해 퇴- 양칫물을 뱉는다

비누 거품은 3초 거울을 가리다 이내 흘러버리고

따갑던 수염만 사라진 채, 아버지는 그 자리에 있었다.

손에 쥔 모든 것을 버리고

맨 몸이 된 주먹이 얼굴을 내리친다

얼굴은 깨지고, 찢어지고, 산산히 부서졌지만

나는 다시 그 핏물을 먹고 토악질을 하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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