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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방법, 공동체

아이패드 줄까

by GrapeVine.Kim 2017. 7. 13.



“아이패드 가지고 갈래?”


몇해 전, 친절한 이가 나에게 아이패드를 주겠노라고 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나에게 쓸모가 있을 것 같다는 것이 이유였다. 나는 고맙다고 꾸벅 인사를 하고 그것을 집으로 가지고 왔다. 구버전의 아이패드였지만 인터넷 서핑도 하고 책도 보는 등 잘 활용했다.


최근 노트북이 필요하나 자신의 것이 고장나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친구를 발견했다. 나는 윈도우와 안드로이드 OS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태블릿 PC를 가지고 있었다. 나도 그것을 잘 쓰고 있긴 했지만, 왠지 나보다 그 친구에게 태블릿이 더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태블릿 말이야. 그 친구 줄까?”


“그래도 좋을 듯 하네요.”


태블릿은 그렇게 떠나갔다(잘 가라 녀석).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물건을 주고, 반대로 받을 수도 있는 것이 ‘공동체’의 모습 중 하나인 것 같다. 비단 물건 뿐이겠는가. 마음도, 돈도, 시간도, 음식도 그렇다.


아내와 이야기를 하다가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난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평소 검소하게 생활하는 아내가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하는 줄 몰랐다. 그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왜 돈을 많이 벌고 싶어?”


“그래야 필요한 사람들한테 나눠주지. 나눠주고 싶어도 나눠줄 게 없으면 어떡해. 필요한 사람들은 많을텐데.”


과연 그랬다. 생각해보니 아내는 나와는 다르게, 자신의 것을 더 필요로하는 타인에게 잘 나눠주었다. 반대로 나는 나의 것을 나누는데 많은 고민을 한다. 헌금을 할 때도 이번달 부족한 생활비며 빚이며가 마구 머리에 떠오르곤 한다. 그래서 나는 소득이 발생하면 모두 아내에게 맡긴다. 아내는 자신과 내가 벌어들인 소득을 가지고 이곳 저곳에, 꼭 써야하는 곳에 잘 쓴다. 어찌보면 내가 성숙한 지출에 있어서 아내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잘 나눌 줄 모르던 내가 누군가의 나눔을 받고, 또 누군가가 나누는 모습을 보고 조금씩 변해간다.


PS : 셜록 홈즈는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서 알고 있던 지식을 잊어버려고 노력했다고 했던가. 새로운 친구가 들어올 자리가 하나 생긴 듯 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