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지리

6월 30일, 민주노총 산하 비정규직 노동조합들이 총파업을 내걸고 광화문에서 집회를 한다. 이들은 비정규직 철폐와 노조를 할 권리 보장 그리고 최저 임금 1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한 쪽에서는 응원을, 또 한 쪽에서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시끌벅쩍 외치는 소리 저편에서는 조용하게 또 맹렬하게 사활을 건 양쪽의 사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6월 29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제 6차 전원회의가 열렸다. 최저임금위원회의 노동자 위원들은 최저 시급 1만원을 요구했고, 사용자 위원들은 6,625원(기존 대비 2.4% 인상)을 제시했는데 양쪽이 내 놓은 시급의 차이는 3,375원이었다. 이번 회의는 기존 시급의 약 절반이나 되는 최저 시급 차이를 두고도, 업종별 최저 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등 인식의 큰 차이를 보였다. 결국 최저시급은 법정시한을 넘겨 결정되지 못한 상태가 되었고, 많은 이들을 애타게 혹은 두렵게 하고 있다.

최저 임금에 관한 논의는 우리 사회에서 건설적이고 사회통합적인 관점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 처럼 보인다. 최저임금은 오히려 서로 빼앗고 빼앗기지 않기 위한 투쟁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 최저 임금으로 생계 유지도 빠듯한 노동자와 최저 임금 인상으로 인해 사업 운영에 큰 부담을 느끼는 사업자들 간의 갈등이 점 점 더 심화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는 정당하다. 2016년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가율은 전년 대비 0.6% 증가에 그쳤다. 물가를 고려하면 실질 소득은 오히려 0.4% 감소되었다. 가계소득이 아닌 노동자의 임금 인상율만 따져봐도 문제가 있다. 지난 5년간의 경제 성장률 대비 실질 임금상승률을 계산하면, 평균적으로 GDP가 2.82% 증가할 때, 실질임금은 2.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성장한만큼 임금이 상승하지 않은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의 노동자들은 노동에 대한 가치 절하에 대해 박탈감을 느낀다.

반면, 사업자 혹은 영세 자영업자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임금 지급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사업이 망할 것이라고, 그로인해 한국의 경제가 파탄날 것이라고 반발한다. 사업자가 느끼는 부담도 타당성이 있다. 2015년 국세청 조사에 따르면 창업한 개인사업자는 106만8000명이고 폐업한 개인사업자는 73만 9000명이라고 한다. 자영업자 3명 중 1명만 생존한다는 것이다. 사업장을 운영하며 직원에게 임금을 지불하면 남는 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사업주의 호소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사업주와 임금 노동자는 그래서 서로의 생존 문제를 걸고 다투고 있다. 어느 입장이건 한발짝도 뒤로 물러설 수 없다고 외치며 끝나지 않는 평행선 위에 올라서 있다. 평행선은 접점을 찾지 못한다. 거기에 문제가 하나 있다. 사업주와 임금 노동자는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가능케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사업장이 없이 임금 노동자도 없고, 임금 노동자 없이 사업도 없다. 결국 모두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 배를 탄 것이다.

사실 사업주와 노동자가 겪하게 싸울수록 좋아할 만한 사람이 있다. 바로 임대업자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전, 월세 그리고 상가 임대료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집 값은 계속 오르고, 주거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다. 때문에 많은 가정의 가계 소득 중 대출 상환과 이자 상환비율이 높다. 사업주는 사업장의 공간을 임대하기 위해 임대료를 지불한다. 임대료는 어느새 오르고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위해 원자재비 및 직원의 임금을 줄이고자 노력한다. 노동자도 사업주도 서로의 파이를 넓히기 위해 싸우고 애쓰지만, 임대업자는 침묵 속에서 자신의 파이 비율을 넓혀간다. 노동자와 사업주가 서로를 적이라고 생각하고 집중할 수록 임대업자는 그림자 속에 가려진다.

정말 문제가 뭘까. 정말 최저임금때문에 사업이 망하는가. 사업이 망하는 이유가 노동자의 임금 인상 문제 때문만인가. 경기가 어려운 이유는 임금 문제가 아니고도 많다. 임대료의 문제라던지, 관련 법의 문제라던지, 부정부패라던지 말이다. 오히려 노동자의 임금(소득)이 줄면 사회 경제는 침체된다. 구매할 사람이 없는데 물건을 팔면 무엇을 할 것인가. 오히려 평균적인 임금이 인상되면 내수 시장이 살아나고 경기가 살아난다. 임대업자도 마찬가지다. 비싼 임대료로 많은 사업장이 망하면 누구에게 임대를 할 것인가. 결국 우리 모두 한 배를 탔다.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합의가 조만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거리 밖으로 나와 목이 터져라 임금을 높여 주라고 소리를 질러야 하는 사람들의 삶의 무게를 들어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한 가정과 직원들의 생계를 짊어진 사업주들의 고뇌를 함께 고민해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우리가 결국 한국이라는 한 사회 속에서 서로 공존하고 공멸하는 자들임을 깨닫게 되면 좋겠다.

번외.
(최저임금제도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의 보장을 위해 1894년 뉴질랜드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최저 임금은 다양한 국가에서 시행하게 되었는데, 한국은 헌법 제 32조 1항에서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함을 정해두었다. 헌법에서까지 최저의 임금을 정해둔 이유가 무엇일까. 방만한 자유시장 경제는 인간의, 인간 다운 삶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노동을 해야 살아갈 수 있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어느 정도의 삶을 유지할 수 있게하기 위해선 적정 수준의 정부 개입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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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rapeVin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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