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808, 하늘 물들이기
서울에 열대우림의 스콜 처럼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린 날이었다. 비가 여름의 열기를 잠깐이나마 식혀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비는 곧 멈추었고 어느새 다시 뜨거워진 기온으로 땅은 금새 말라버리고 말았다. 더위를 피해 들어갔던 카페에서 나왔을 때, 해질녘 하늘을 가득 매운 구름만이 비의 여운을 품고 있었다. 아직 한여름이었고, 더위는 당분간 계속 될 것이었다. 나는 불쾌감으로 가득했다. 이 지긋 지긋한 더위와 청년의 불안이 내 팔, 다리, 사타구니와 함께 심장과 머릿 속을 끓이고 있었다. 흐르는 땀은, 이미 100도씨에 임박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것 같았다. "그래, 언제까지 계속 될 것이냐. 그래, 언제까지 내가 버티어갈 것이냐." 날숨인지 한숨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폐 속에서 흘러나온 공기에 나는..
2015.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