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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32

무화과 어머님이 태어나 자랐던 전라남도 무안의 하늘에는 구름이 없었다. 파란색 하늘 빛은 태양에서 덮쳐오는 열기에 익었는지 누런 빛깔을 품었다. 9월 정도 되었을까. 가을이 간다는 기별만 넣은채 아직 오지 않았고, 여름은 언제 맛이 갈지 모른채로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무안 집은 가로로 긴 시골집이었다. 중앙에는 마루가 있었고, 마루의 양 옆으로 사랑방과 창고방이 자리잡고 있었다. 마루 뒤에는 안방이 있었는데, 더위 때문이었는지 구멍나고 삐죽 빼죽 문살 밖으로 튀어나온 창호지로 덮인 양쪽 여닫이 문이 항상 활짝 열려있었다. 안방 안쪽으로는 지금은 볼 수 없는, 바깥으로 통하는 작은 홑문이 있었다. 홑문도 마찬가지로 열려있기 부지기수였다. 몇 살이었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그런 어린 시절이었다. 무안 시골집.. 2017. 8. 3.
힘과 선 힘과 선 노숙인 요양 시설에서 사회복지사 일을 하던 때의 일이다. 시설에는 많은 노숙인들이 지내고 있었는데, 우리 팀이 담당하고 있는 노숙인만 200여명이 넘었다. 정부에서는 사회복지사들에게 시설 생활자들과 한 달에 한 번 이상 상담을 진행하도록 정해두었다. 쉽지 않았지만, 상담을 진행하면서 그들에 대해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저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참 기구한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길거리에서 헤매고, 죽을뻔한 위기를 겪으며 한참을 돌아 돌아 제 자리를 찾은 사람들이었다. 한 사람에게도 평범함이란 없었다. 노숙인들은 가족이 없을 것이라고 으레 생각하고 있었다. 도와줄 사람이 있었다면 그런 상황은 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도 없이, 형제도 없이, 아내(성인.. 2017. 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