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7.07.13 아이패드 줄까
  2. 2017.07.08 고름
  3. 2017.07.07 이유
  4. 2017.07.05 피자와 과자
  5. 2017.07.01 카드지갑
  6. 2017.07.01 온도차



“아이패드 가지고 갈래?”


몇해 전, 친절한 이가 나에게 아이패드를 주겠노라고 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나에게 쓸모가 있을 것 같다는 것이 이유였다. 나는 고맙다고 꾸벅 인사를 하고 그것을 집으로 가지고 왔다. 구버전의 아이패드였지만 인터넷 서핑도 하고 책도 보는 등 잘 활용했다.


최근 노트북이 필요하나 자신의 것이 고장나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친구를 발견했다. 나는 윈도우와 안드로이드 OS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태블릿 PC를 가지고 있었다. 나도 그것을 잘 쓰고 있긴 했지만, 왠지 나보다 그 친구에게 태블릿이 더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태블릿 말이야. 그 친구 줄까?”


“그래도 좋을 듯 하네요.”


태블릿은 그렇게 떠나갔다(잘 가라 녀석).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물건을 주고, 반대로 받을 수도 있는 것이 ‘공동체’의 모습 중 하나인 것 같다. 비단 물건 뿐이겠는가. 마음도, 돈도, 시간도, 음식도 그렇다.


아내와 이야기를 하다가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난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평소 검소하게 생활하는 아내가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하는 줄 몰랐다. 그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왜 돈을 많이 벌고 싶어?”


“그래야 필요한 사람들한테 나눠주지. 나눠주고 싶어도 나눠줄 게 없으면 어떡해. 필요한 사람들은 많을텐데.”


과연 그랬다. 생각해보니 아내는 나와는 다르게, 자신의 것을 더 필요로하는 타인에게 잘 나눠주었다. 반대로 나는 나의 것을 나누는데 많은 고민을 한다. 헌금을 할 때도 이번달 부족한 생활비며 빚이며가 마구 머리에 떠오르곤 한다. 그래서 나는 소득이 발생하면 모두 아내에게 맡긴다. 아내는 자신과 내가 벌어들인 소득을 가지고 이곳 저곳에, 꼭 써야하는 곳에 잘 쓴다. 어찌보면 내가 성숙한 지출에 있어서 아내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잘 나눌 줄 모르던 내가 누군가의 나눔을 받고, 또 누군가가 나누는 모습을 보고 조금씩 변해간다.


PS : 셜록 홈즈는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서 알고 있던 지식을 잊어버려고 노력했다고 했던가. 새로운 친구가 들어올 자리가 하나 생긴 듯 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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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rapeVine.Kim

고름

며칠 전부터 왼쪽 엄지발가락이 아팠다. 최근 들어 활동량이 늘어나서인지, 아니면 신발이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양쪽 엄지발가락에 손톱만한 크기의 굳은살이 베겼다. 그 중 왼쪽 엄지 발가락은 굳은살과 그 주변을 살짝 건드려지기만해도 애리고 찢어지는 것 같은 통증이 올라왔다. 걸을 때도, 씻을 때도, 쉴 때도 아픈 엄지 발가락이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하지만 나는 시간이 지나면 그냥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버티는 중이었다.

어제 저녁 잠에 들기 전에도 아픈 엄지발가락이 신경 쓰여 왼쪽 손가락으로 이리 저리 만져보게 됐다(손도, 발도 깨끗히 씻은 상태였다). 굳은 살을 건드릴 때만 아프던게 그 주변을 만져도 고통이 느껴졌다. 썩은 치아가 은근하게 욱씬거리며 다른 생각에 집중할 수 없게하는 것 처럼, 발가락이 내 주의를 사로 잡았다. 왼 다리를 직각으로 들어 관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정쩡한 자세로 발가락을 들여다보니 굳은 살 주변이 검붉은 색을 띄었다. 아뿔사. 참는다고 될 일이 아닌듯 싶어, 옆에서 TV를 보고 있는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나 발가락이 아파..."

"발가락? 또 왜?"

아내는 이제 대수롭지도 않다는 듯 말하며 내 눈이 모아져 있는 부분을 같이 봐줬다. 아내는 이리 저리 발가락을 만져봤다.

"아악! 아파! 쎄게 누르지 말아줘."

"이거, 아무래도 안에 고름이 찼네. 째야돼 이거."

"뭐...? 아...안돼..."

아내가 서랍을 뒤지더니 손톱깎이를 꺼냈다.

"손톱깎이는 왜? 그걸로 뭐할라고?"

"굳은 살 짜르고, 고름 짜야지."

아무렇지도 않게, 발가락 앞으로 손톱깎이를 가져다덴다.

"아흑...아...흐앗...!"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듯, 아내는 무심하게 굳은 살을 잘라내갔다. 한 조각, 한 조각, 내 살이었던 듯, 아니었던 듯 한 것들이 분리되어 떨어진다.

"안 아프지? 이거 이미 죽은 살이야."

푸욱-. 어느 순간 피와 고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너무 아팠다. 나는 견디다 못해 그 모습에서 눈을 돌려 뒤를 보았다. 아내는 사정 없이 양 손톱으로 피와 고름이 나오는 주변을 압박했다. 계속 나올 것 같던 피 고름은 곧 투명하고 선홍빛이 감도는 체액으로 바뀌었고, 그제서야 살을 찢는 통증이 멈추었다. 다시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고름이 나오던 곳에 눈으로 식별하기 어렵지 않은 구멍이 하나 있었다. 아내는 비상약통에서 과산화수소를 꺼내 상처를 소독을 해주고, 마데카솔과 밴드로 마무리 해주었다.

"아, 나 어떡하지. 나 엄지 발가락 하나 잃어버리는거 아냐...?"

"그게 뭔 소리야. 이런걸로. 아무렇지도 않아."

고름을 짤 때 지독하게 아팠던 부위가 하루 밤이 지나니 조금 수그러들었다. 아침이 되어 밴드를 열어보니 살이 차오르는 듯 보였다. 아, 낫고 있구나 싶었다.

살을 잘라내고 째고, 고름을 짜는 통증이 무서웠다. 그래서 건드리지 못하고 계속 참고 있었다. 그랬으면 얼마나 더 고생스러웠을까. 고름은 없어졌을까. 무섭다고 뽑아내거나 제거야해하는 것을 놔두면 더 큰 문제가 되는 것 같다. 몸도 삶도, 고름은 아파도 짜야하나 싶다.

나의 엄살 속에서 빠른 판단으로 내 살을 잘라내고, 찢어주고, 피를 뽑아준 아내의 결단력에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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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rapeVine.Kim
아래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임을 밝혀 둡니다.

#1
자정으로부터 1 시간 정도가 흘렀다. 잠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내일을 생각해선 어서 자야만 한다. 아뿔사, 갑자기 소변이 마렵기 시작했다. 화장실을 갈까 말까 고민이 들었다. 자리 잡고 누웠을 때 요기가 들면 참 난감하다. 그 짧은 거리를 가는 것이 왜이렇게 귀찮은지 모르겠다. 침대 바깥 쪽에 남편이 누워있다. 남편은 날이 더운지 웃통을 벗고 어둠 속에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

"얼른 자. 늦었잖아."

"으...응...잘게..."

"어허. 핸드폰 내려놓고, 같이 자자.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침대 바깥 쪽에 누워 있는 남편의 몸을 조심스레 넘어서 바닥으로 내려왔다. 이럴 땐 내가 침대 바깥 쪽에서 자고 싶은데, 바닥에 떨어져도 자신이 떨어져야 하지 않겠냐는 남편의 고집으로 안쪽이 내 자리가 되어버렸다.

잘 준비 중이었기 때문에 집에 모든 불을 꺼둔 상태였다. 거실 불을 켤까 하다가 방에 켜둔 무드 등의 불 빛이 비치기도 했고, 괜한 전기 낭비인 것 같아서 거실 등 스위치에 손을 데지 않았다. 환기를 위해 조금 열어둔 화장실 문 옆에 손을 뻗어 전등을 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1분 정도가 흘렀을까. 밖으로 나오니 화장실 안을 비추던 주광색 LED 빛에 적응했던 눈이 어둠에 순응을 못하는 듯 했다. 스위치를 눌러 화장실 전구를 끄고 어둠을 바라보고 아직은 깨어있을 남편을 불렀다.

"여보~"

남편은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핸드폰에 너무 집중하고 있는 것인가 생각이 들자 남편이 얄미워졌다. 어둠을 가로질러 방으로 들어갔다. 무드 등의 희미한 주홍 불빛이 방 안을 다 비추고 있었으나 침대 위는 비어있었다. 당연히 누워있을 것이라 생각한 남편이 자리에 없어서 남편을 다시 찾았다.

"여보?"

남편은 대답하지 않았다. 시간은 새벽 1시였다. 남편은 그새 나가기라도 한걸까? 그럴 가능성은 적었다. 시간을 비운 것은 1분 남짓. 남편은 옷도 제대로 안 입고 있었다.  침대 위에는 남편의 핸드폰이 화면이 켜진 상태로 덩그러니 올려져 있었다. 또 게임을 하고 있었나보다. 혹시 베란다에 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실로 나왔다. 여전히 어두운 공간이었지만, 눈이 암 적응을 마친 상태였기 때문인지 사물이 분간되었다. 궂이 전등을 켤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작은 방도, 부엌 옆에 있는 베란다에도 불 빛은 없었다. 남편이 불도 안켜고 뭘 하고 있는걸까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베란다 문은 닫혀 있었다. 베란다 문을 여니 열어둔 외창에서 들어오는 더운 공기와 습기로 불쾌함이 몰려왔다. 잡동사니와 세탁기, 쓰레기 등을 모아둔 베란다에 남편은 당연히 없었다. 다시 남편을 불렀다.

"여보, 어디있어?"

여전히 대답이 없다. 이상했다. 혹시나 싶어 작은 방으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문득 불이 꺼진채 열려 있는 작은 방 문이 괘이하게 보였다. 꺼림칙한 마음에 거실 등을 켰다. LED 등불은 스위치를 넣자마다 빛을 뿜었다. 한 발짜국, 방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남편은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넓은 집도 아니었기에 한눈에 어디있는지 보였어야 했다.

그 때였다. 열린 방문의 뒷 편에서 검은 형체가 튀어나와 나에게 다가왔다. 문의 그림자에 가려진 형체가 잘 구분되지 않았다. 순간 과거의 일이 떠올라버렸다.

아직 대학생이던 시절, 자정이 다 되어서 귀가하던 중이었다. 집으로 가는 골목 길은 캄캄했고 늦은 시간이어서 사람이 없었다. 인적이 드물었는데도 인기척이 느껴졌다. 어느사이엔가 앞에 어떤 사내가 걷고 있었다. 그 사내는 걸음 걸이가 느린듯 천천히 움직였다. 위화감이 들었으나 시간이 늦었기에 발걸음을 서둘렀다. 내가 그 사내를 지나칠 즈음, 검은 형체가 내 핸드백을 잡아당겼다. 놀란 나머지 팔에 힘이 들어갔다. 백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노력했으나 사내의 힘이 너무 쌨다. 도와달라고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소리가 닿았는지 멀리 불이 켜진 작은 슈퍼마켓에서 아저씨 한분이 나왔다. 사내는 지켜보는 이가 있음을 깨달았는지 백에서 손을 놓고 거리를 두었다. 나는 두려움에 슈퍼마켓으로 달음박질쳤다. 슈퍼 아저씨는 멀뚱히 바라만 볼 뿐이었지만 없는 것 보단 나았다. 달리다 뒤를 돌아봤다. 그 사내는 도망치지 않았다. 나를 지그시 노려보고 있었다. 소름이 목을 휘두르며 몸으로 내려왔다. 슈퍼마켓 아저씨는 늦게나마 상황을 인지했는지 집에 까지 날 데려다 주셨다. 집에 도착하니 다리에 힘이 풀리고 팔이 떨려왔다. 그 와중에 손가락이 아렸다. 백에는 손톱자국들이 여럿 박혀있었다. 가방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나도 모르게 손톱으로 가방을 쥐고 있었던 것이다. 손톱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당시에 들었던 공포스럽고 혼란스러운 감정이 다시금 떠오르려했다. 무서웠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버리고 말았다.

"악!"



#2
자려고 침대에 누워있는데, 핸드폰을 꼼지락 거리고 있으니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방 벽 한구석에 달린 에어컨에서 찬바람이 계속 나오고 있었다. 몸의 왼쪽에선 에어컨 바람이, 오른쪽에선 아내의 체온이 느껴졌다. 기분 좋은 온도였다. 그러다가 아내가 화장실에 갔다. 옆자리에 누워있던 아내의 온기가 없으니 허전했다. 더워서 웃통도 벗고 있었는데, 에어컨 바람만 쐬자니 추운느낌이 들었다. 화장실 앞에 가서 아내를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했다(그냥 이런 사람도 있을 수 있지. 뭘.). 화장실 앞에 가 아내가 밖으로 나오길 기다리다가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 옆에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가 문 뒤에 있는 작은 공간에 숨었다. 조금 기다리니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여보"

"...."

"여보~?"

"..."

"여보...?"

"..."

조금 뒤에 거실 등이 켜진다. 아내가 작은 방으로 들어와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내가 순간적으로 그림자에서 벗어나 아내의 뒤에서 말했다.

"여기 있다."

"악!"




#3
아내는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선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내가 우는 것인지, 웃는 것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내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그것이 우는 것임을 깨달았다. 당혹감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왜 그래 여보...미안해..."

"예전에 소매치기 당할뻔한 기억이 났단 말이야! 무서웠단 말이야! 흐아...흐아..."

아내의 눈물이 상황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내에게 과거에 그런 기억이 있음이 생각났다. 아내가 느꼈을 공포감에 미안함과 괴로움, 나를 향한 어리석음에 대한 질타가 내 마음을 채우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울음을 터트린 아내가 진정될 때 까지 앉아 주는 것 뿐이었다.

"미안해...내가 잘못했어...내가 못났어..."

안방 침대 위로 아내를 데려왔지만, 아내가 진정하는데 시간이 꽤 오래걸렸다. 나는 반복적으로 용서를 구할 뿐이었다. 나는 다시는 이런 장난을 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이 글의 제목은...
'남편이 아내에게 등짝 스매쉬를 당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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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rapeVine.Kim

피자와 과자



 이태리식 피자는 오븐이 아닌 화덕에서 구워낸다. 보통 피자를 굽는 화덕의 온도는 400도에서 450도이다. 문이 열린 화덕 앞에 서면 보통 집에서 느낄 수 없는 뜨거운 열기가 새어 나와 팔과 얼굴 등을 화끈거리게 한다. 400도에서 450도에 들어간 피자 반죽은 1분 30초 정도면 다 익어버린다. 보통 미국식 피자가 구워지는데 10분 정도가 소요되는 것을 생각해보면 꽤 빠른 속도로 구워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태리식 피자에는 미국식 피자처럼 많은 토핑이 올라갈 수 없다. 미국식 피자는 풍성하게 토핑을 올려도 익을 시간이 충분하지만, 이태리식 피자는 1분 30초라는 시간이 많은 토핑을 익히기에는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피자를 굽다 보면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10초의 차이가 피자 도우를 태울 수도, 덜 익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태리 피자는 인스턴트 중의 인스턴트라고 할 수도 있겠다.



 피자를 굽는 화덕에서 과자를 굽기도 한다. 그리시니라는 이태리식 막대빵은 흡사 과자라고 생각할 수 있는 식감을 가지고 있다. 얕은 불에 오랫동안 구워내, 반죽 안에 있던 수분이 천천히 날아가기 때문에 도우가 바삭하게 변화한다. 이 과자는 피자와는 다르게 화덕 온도를 150도에서 200도 정도로 맞춘다. 저온에서 굽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짧게는 30분에서 불 온도에 따라 1시간 정도가 소요되기도 한다.



 피자는 1분 30초, 과자는 1시간이 필요하다. 꽤나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피자를 반복해서 만들다 보면 1분 30초라는 시간에 음식이 완성되는 것이 익숙해진다. 금새 풋내 나는 밀가루 반죽이 구수한 음식으로 바뀐다. 그러다 과자를 굽게 되면 1시간이 꽤나 지루하게 느껴지게 된다. 과자 몇 조각을 만드는데 1시간이나 필요하다니, 그 시간이면 피자를 몇 판이나 구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과자는 수지가 참 안 맞네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조급한 마음에 화덕 불 온도를 조금 높여본다. 화덕 안에서 하얀색에서 노릇한 색으로 변해가고 있던 반죽들이 금새 갈색 기운을 띈다. 1시간이 걸릴 예정이었던 과자들이 15분도 안되어 완성이 된다. 평소보다 조금 어두 침침한 색이 되었지만 그럴듯해 보인다. 과자 한 조각을 손으로 들어 입 앞으로 가져온다. 뜨거운 기운이 느껴져 입으로 바람을 부니 김이 좀 빠지는 듯 하다. 적당히 온도가 내려갔다 싶어서 따뜻한 과자를 한입 베어본다. 물컹. 바삭해야 할 과자에서 물컹한 식감이 느껴진다. 급하게 구워져서 반죽 안에 있던 수분이 미처 다 빠져나가지 못한 것이다. 조급하게 만들었더니 과자도, 빵도 아닌 요상한 음식이 되어버렸다. 어떤 것이 만들어져야 할 때에는 적절한 온도와 시간이 필요하다. 온도가 낮거나 높아도, 시간이 더해져도 덜해져도 미완이고 헛수고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껴왔다. 초, 중, 고등학교 시절부터 혼자 놀기를 좋아했고,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불편했다. 시간이 지나 대학교에 다니고, 사회 생활을 하게 되다 보니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피할 수 없게 되자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친구가 되어야 하는지,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았지만, 관계는 혼자서 습득하거나 책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잘 되지 않고 실패해오고 있다(물론 어릴 때부터 교우관계가 좋았다고 해도 관계에 있어서 실패할 수 있겠지만). 그런 와중에 인간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 여기 저기에서 들리는 것도 참 많다. 친구가 무언지, 우정이 무언지, 맺고 끊을 때가 언제인지, 어디까지 책임을 지어야 하는지, 어디까지 내어줘야 하는지. 여러 사람들이 각자가 깨달은 바를 풀어놓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 안에 인간관계에 대한 추상적인 모습이 만들어진다. 인간관계는 이러해야 하는구나 하고 말이다.



 인간관계가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는 관념을 갖고 있으면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좋은 가이드 라인이 되기도 한다. 내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좋은 지침이 된다. 그러나 때론 관념이 기대를 만든다. 우리 관계는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는 기대는 곧 타인에 대해, 나에 대해 실망감을 품게 한다. 그 사람은 나와의 관계에서 왜 그것 밖에 못하는 건지, 난 또 왜 이것 밖에 안 되는 건지 생각하면 곧 열이 뻗친다. 그럼 그 관계는 조만간 파탄이 날 것이다.



 피자와 과자를 만들면서 인간관계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반죽을 피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높은 온도로 짧은 시간이, 과자로 만들기 위해선 낮은 온도로 긴 시간이 필요하다. 친구가 되기 위해서도, 연인이 되기 위해서도, 스승과 제자, 부모와 자식 등 인간 관계마다 필요한 열기와 시간이 다른 것은 아닐까. 반죽이 처음부터 피자나 과자가 아니었던 것처럼, 누군가와의 날 것의 관계가 바로 우정 관계나 부모 관계 같은 특별한 관계가 아니지 않은가. 반죽(날 것의 관계)은 여러 가지 노력이 가해져 결과물(특별한 관계)이 된다. 관계에 어떠한 기준을 세워두고 사람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맺고자 하는 관계에 맞는 열기와 시간을 들여서 그 관계를 조금씩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들인 노력과 상대방이 들인 노력이 합쳐져 그 관계는 피자가 될 수도, 과자가 될 수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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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씻고 누웠다.

아내가 말했다.

"줄꺼 있는데."

순간 느낌이 왔다.

"오옷...!"

아내는 손 재주가 좋다. 책 커버도, 핸드폰 줄도, 목도리도, 장갑도 만들어줬다. 그 밖에도 손으로 만들 수 있는것이 많았다. 그런 아내가 얼마전부터 카드 지갑을 만들어주겠노라고 말해 왔었다. 한껏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별 기별이 없어 최근에 와서는 거의 생각을 안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이었다. 줄게 있다는 말 한마디에 드디어 그 녀석이 완성되었는가라고 속으로 외쳤다.

가죽 안감은 내가 좋아하는 초록색 동글 무늬가 그려진 천이 덧대어져 있었다. 안 쪽에는 카드를 쉽게 꺼낼 수 있도록 구멍이 뚫어져 있어 손가락으로 카드를 밀어낼 수 있었다. 참 편리할 것 같다.

"혹시 이거 손바느질이야?"

"가죽은 원래 타공해서 손으로 바느질 하는거야. 근데 별거 없어~"

손바느질이라니. 오래 오래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켠에 찍혀있는 내 이니셜이 보였다. 오늘 하루 나를 위해 고민하고 고생했을 아내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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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차

 여름이 오고 있나보다. 몸에 있는 땀구멍 하나 하나에서 땀이 솟아오른다. 끈적한 피부가 금새 불쾌함을 느끼게 한다. 아직 한창도 아닌데 벌써 이러면 어찌하나 싶다.  땀에 절은 옷을 방 한 켠에 벗어두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수전을 여니 샤워기에서 물이 쏟아진다. 시원한 물에 이내 온기가 돌고, 아차 싶어서 수전 손잡이를 찬물로 돌려놓는다. 몸의 온도를 낮추기에 적절한 물이 샤워기에서 쏟아지고, 이내 여기 저기 말라붙었다 적셔졌다를 반복했던 액체들이 씻겨나간다.

 몸을 닦고 방으로 들어왔다.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 틀어놓은 에어컨이 찬 공기를 뿜고 있다. 샤워 직후에 맞는 에어컨 바람이란 정말 황홀할 정도다.

"시원하나요?"

 팔을 벌리고 에어컨 앞에 서서 한참이나 히벌쭉 웃고 있는 나를 보며 아내가 물었다.

"응. 최고야."

"좋겠네. 나는 이제 조금 추워지는데, 에어컨 끄면 안되나요?"

"음...에어컨 끄면 땀이 또 나는데...나는 지금도 더운데..."

 사실 나는 더위를 많이 탄다. 아직 찜통 더위가 시작도 되기 전이지만, 가만히 누워 있어도 더위를 느끼고 땀을 흘린다. 덕분에 하루에도 샤워를 몇번이나 할 수 있다. 아니 해야한다. 그런 나이기에 집에 에어컨을 설치한 후에는 에어컨을 시도 때도 없이 켜고 사용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아내는 에어컨 앞에서 금새 추위를 느꼈다. 에어컨이 실내 공기를 차갑게 식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에어컨 전원을 내리고 싶어했다. 아내가 춥다는데 끄지않을 수 없었다. 실내 공기는 다시 더워지고 나는 다시 땀을 흘리는 것이 반복 되었다.

 이제 막 결혼 2년차가 된 우리 부부는 아무리 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서로 기대어 TV를 보거나 책을 본다. 그러는 와중에 신기한 발견을 하게 되었다. 더워를 입에 달고 사는 나에게 기댄 아내가 내 몸이 차갑다고 이야기했다. 금새 춥다고 말하는 아내에게 기댄 나는 아내 몸에서 열이 나고 있어서 놀랐다. 몸이 차가운 사람은 덥다고 이야기하고, 몸이 따뜻한 사람은 춥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각자 체온도 달랐고, 추위와 더위를 느끼는 기준도 달랐다.

 객관적인 온도를 느끼는 기준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섭씨 26도를 누구가는 덥다고 느낄 것이고, 누군가는 춥다고 이야기 할 것이다. 비단 추위와 더위만이 그럴까. 사람이 느끼는 온도는 기온이외에 마음의 온도도 있다. 어떤 일을 두고 마음이 뜨겁다거나 마음이 식었다는 표현을 곧 잘 사용한다. 뜨거운 마음은 열정이나 헌신을, 식은 마음은 실망감이나 무관심을 나타내곤 한다. 그리고 마음 속 온도의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다보면 특정한 일을 추진하거나 함께 이뤄가야할 때가 많이 있다. 한 목표를 위해 애쓰다보면 가끔은 트러블이 생기기도 한다. 외부 환경의 문제로 다투기도 하지만, 내부적인 요인이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어떤 이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덜 쏟는다고 불평하고, 어떤 이는 나름대로 노력하고 마음을 내고 있는데 타인이 그것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속상해한다. 타인의 마음 온도를 알 수 있는 도구 따윈 없다. 애초에 기온조차 서로 느끼는 것이 다르다. 그러니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아내와 함께 살며 사람마다 체온도, 체감온도도 다를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더불어 마음의 온도도 다르겠거니 싶다. 나는 가끔 타인을 볼 때 그가 너무 마음을 쏟지 않는다거나 열정이 없는 것 같아 실망감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을 내가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가 느끼고 있을 마음 속 온도가 뜨거울지 차가울지 나는 알 길이 없다. 사람마다 다를 온도차에 조금은 너그러워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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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GrapeVin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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