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나날, 기록

150213

by GrapeVine.Kim 2015. 2. 16.

무력감이 든다. 

얼마 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꾸준한 임금을 받는다면 생활을 단순하게 하고, 절약하는 생활을 통해 조금씩 삶의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임금의 액수가 아니었다. 그저 내가 나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삶이 있는 삶을 살고 싶었을 뿐이다. 시간과 사람. 그리고 나의 꿈을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는 여건. 그것이 내게 중요했다. 

직장은 꼬박 꼬박 빠짐 없이 정해진 날에 임금이 나오는 곳이었다. 일은 힘들었으나, 정해진 날에는 생활에 걱정이 없을 만큼의 돈이 들어왔다. 삶을 포기해야하는 것일까, 안정적인 임금을 포기해야 할 것인가의 고민은 많았지만. 그러다 나는 삶을 선택했다. 사실 정해진 것은 없었다. 그 선택은, 나아갈 길이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 정체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위안을 주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살아간다는 것은 뭘까. 아직 조금 더 희망을 두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의 삶이 내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공동체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기뻤다. 가장 큰 체험으로 다가 왔다. 그러나...그 밖에 나는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지...모르겠다. 한동안 그 질문이 나를 괴롭혔다. '네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냐'. 대답을 할 수 없어서 괴로웠다. 지금의 일이 정말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중학교 때, 고등학교 때, 나는 학교 다니는 게 힘들었다. 아니 살아가는 그 시기가 힘들었다. 뭘 위해 해야하는 것인지 알지도 못하는 공부를 자기 전까지 해야하고, 학교도 집에도 나와 함께 고민해줄 사람은 없었다. 그저 혼자서 나를 위로 하며, 버티고 있었다. 힘든 시기에 내가 의지 할 수 있는 것은 손에 잡히는 작은 책들 정도였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힘든 사람도, 외로운 사람도, 고독한 사람도, 기쁜 사람도...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그 이야기들 안에서, 나는 조금은 외로움을 이겨냈던 것 같다. 많은 삶의 이야기가 내게 힘이 되었다. 그 때부터였을까. 글...혹은 이야기라는 방이 내 한 구석에 생겨 자리 잡고 있었다. 그곳에는 아직 문도 없고, 창문도 없고, 방 안도 어수선하게 널부러져 있을 공간만 있겠지만 그 방은 언제나 있었다. 머뭇 머뭇 기웃거리다가 다시 내 삶의 현실로 돌아오곤 했다. 좋아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말 한적은 없지만, 이 방을 떠올리곤 했다.


카페 일도 하면서, 식재료 장사도 하면서, 유통도 하는...어쩌다보니 참 이것 저것 하는 일이 많다. 그렇게 여러가지 일을 하다보니, 신경 쓸 일도 많고, 할 것도 많다. 장사는 직장인과 다르게, 휴일이 따로 없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월요일 부터 토요일 까지...이 일에만 매여 있다. 직장인보다 시간이 많아질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아니었다. 이런 여러 가지 일들은 오히려 제대로 나만의 시간을 갖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같이 일하는 경민이 형은 일 하는 시간은 많아도 참 재미있어 하는 것 같은데...나는 아니다. 그저 이 일은, 내가 살아가는 마을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고, 지역 일에 관심을 둘 수도 있고...그렇게 살면서 적지만, 생활이 가능한 그런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게 의미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임금이 조금씩 체불되기 시작했다. 하루 혹은 이틀 그러다 일주일...작은 액수였다. 원래 받기로 했던 금액은. 그러나 그것이 없을 때, 나의 상황은 작은 액수로 인한 작은 차이임에도, 너무 크게 다가왔다. 미뤄지다 상황을 물어보았을 때, 받을 수 있는 돈 80만원. 상황이 어렵구나...하고 넘어가기가 참 쉽지가 않았다...무언가 마음을 짖누르는 것 같고, 이 생각 저 생각이 분주하게 머리 속을 뒤집어 놓았다. 현재 사업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을 이해는 하지만, 어딘지로 향해야 할 지 모르는 분노를 쏟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상태는 곧 걱정으로 변했다. 이달을, 앞으로를...어떻게 해야하지. 무력했다. 내가.


일 하는 시간도, 일에 대한 흥미도, 임금도...무엇하나 바라 볼 것이 없었다. 단지. 지금 살아가고 있는 마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조금 더 근접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이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있는걸까. 아니, 지금 나는 이것 밖에 붙잡을게 없는 것이 맞는가? 불명확하다. 그리고 어렵다.


생각해보면, 대한민국에서 일반적인 직장에서 직장인으로 지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나는 그렇게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경험한 직장 생활은, 나를 분노하게 했고, 그 분노는 숨길 수 없었다.


이런 저런 마음으로 심란했던 하루. 가은이에게 연락했다. 가은이에게 무언가 털어놓아야 할 것 같았다. 문자로 나눈 대화였지만, 가은이는 차분하게 들어주었다. 지난 상황을 다 알고 있던 가은이는, 지금의 의미와 더불어 앞으로 마을공동체로 살아가는 것에 지금의 일이, 용용팜이 어떤 의미일지를 고민해보아야 한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앞으로를 위해 지금 배우는 것들이, 하는 것들이 도움이 될 것인지, 그것을 위해 오늘 들었던 마음과 고민들이 계속 될 것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이겨내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지...


고민이 바로 해결될 리 만무했다. 이제까지 끌어온 것인걸...그러나 가은이는 나에게만 그 고민의 무게를 주지 않겠노라고 말해주었다. 앞으로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함께 고민하고 기도해주겠다고 말했다. 함께 고민하고 기도해주겠다는 말은 참 큰 힘이 됨을 느꼈다. 눈물이 날 지경이었으니까. 


그럼에도, 한달 임금 80만원은 내게 박탈감으로 다가온다...어찌해야할까...



'살아가는 나날,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0216  (1) 2015.02.16
성공이란  (0) 2015.02.16
아둥 바둥.  (1) 2015.01.26
150124  (0) 2015.01.24
헤드폰을 선물받다. (MDR-XB450AP 리뷰)  (0) 2014.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