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깝고도 먼 이야기, 창작

낙엽

by GrapeVine.Kim 2014. 12. 18.

어느덧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한 여름 우리에게 큰 비를 내리고,

 

무더위까지 안겨주고선, 

 

여름의 열풍은 이내 떠나버렸나보다.

 

그 시절 뜨거움 속에서만 쭉 쭉 자라던 푸른 아이들은,

 

그 때의 영광을 놓지 못해 계속 버티고 있지만,

 

이제는 돌아오지 않는 열기에 지쳐버린 듯,

 

생기 있던 모습을 잃어버렸다.

 

더는 버틸 여력도 남아있지 않던 아이들은

 

메말라버리고 갈라져버리는 살결에

 

포기하고 말았는지 땅으로 곤두박질 친다.

 

다른 이들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희망잃은 목소리를 남겨놓으며.

 

 

 

우리에게도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바람 한점 들어오지 못하게 몸을 애워싸지만

 

어김없이 감기는 찾아오기 시작했다.

 

시작이 갖게해주었던 소망함이

 

차가운 바람으로인해 건조해져가기 시작했다.

 

살결을 애는 듯한 경쟁의 칼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우리와는 다른 가지에 붙어있던 잎사귀들이

 

메마름 속에서 찢겨가며 떨어지는게 보인다.

 

다른 가지에서 우리도 곧 메마를 것이라고 소리친다.

 

불안함때문인지 한두사람씩 작은 바람에도 떨린다.

 

그때 우리가 붙어있는 피 뭍은 그 붉은 가지가 말한다.

 

나의 양분을 가지고 내려가라고.

 

내려가 썩어지라고.

 

 

 

우리는 아래를 내다보았다.

 

차가운 바람에도 메마르지 않고

 

붉은 가지의 양분을 가득 머금어

 

먼저 내려갔던 우리의 형제들이 보인다.

 

썩어짐으로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키우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붉은 잎사귀들.

 

우리는 알게 되었다.

 

메마른 잎사귀는 결코 할 수 없을 그것을.

 

결코 우리가 이길 수 없을 이 차가움으로부터 살아가는 길은

 

붉은 양분으로 또 하나의 생명을 키워가는 것임을.

 

무엇보다 뜨거운 그 따듯함임을.

'가깝고도 먼 이야기, 창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페 샘에서 2  (0) 2015.01.24
카페 샘에서 1  (0) 2015.01.24
죽은나무  (0) 2014.12.18
떠나가며  (0) 2014.12.18
불결(不結)한 밤  (0) 2014.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