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이 굽었다.



“앉을 때 뱃살이 접히지 않는 사람은 복이 있다. 그들의 몸이 자유하리라.”


“식탐이 많은 사람은 해가 있다. 그들이 나중에 먹을 것을 이미 다 먹었다.”

  • 김용훈


어린 시절, 살이 찌고 배가 많이 나왔었다. 지난 번에도 잠시 말했지만, 어린 나이에는 또래 친구들로부터 살 찌고, 배 나온 것이 큰 흠결이 되고 공격의 대상이 된다. 그것이 큰 약점이나 되는 듯이 놀림의 이유가 되었다. 돼지야, 뚱뚱아. 놀림은 화와 더불어 수치심을 불러왔다. 분명 놀리는 애가 못난 것인데, 수치심을 느끼는 내 몸뚱아리가 부끄러워졌던 것은 왜였는지. 창피한 감정은 숨기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졌다. 퉁-하고 튀어 나온 배를 숨기고 싶었다. 갑자기 살을 뺄 수는 없지만, 갑작스럽게 배를 숨길 수 있는 방법을 결국 찾아냈다. 배를 최대한 집어 넣는 것이다.


그때는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된 줄로만 알았다. 숨기면 숨겨지는 줄 알았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었다. 배를 안으로 집어 넣으니 자연스레 등을 구부리게 되었다. 등이 구부러지면서 어깨가 움츠러 들었다. 움츠러은 어깨는 앞으로 고꾸라지는 목과, 숙여진 얼굴로 연결되었다. 고개를 숙이고 몸을 앞으로 구부린 10대 초반의 아이란. 수치심을 감추기 위한 몸부림은 수치심 그 자체로 드러나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모두 숨겨진 줄로만, 문제가 해결된 줄로만 알았다.


“애, 너는 왜 이렇게 허리가 굽었니? 어깨좀 펴라.”


“어머, 어머, 왜이래, 안펴지네? 자세가 왜 그래?”


오랜 시간이 지나자 허리가 꼿꼿하게 잘 펴지지 않았다. 목은 앞으로 뻗은 거북목이 되어 있다. 무엇이 그렇게 떳떳하지 못했던 건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던건지, 나는 스스로에게 벌을 내렸나싶다.


자세가 좋지 않아서인지, 허리 통증이나 어깨, 목의 통증이 느껴질 때가 많다. 통증이 느껴지면 자세를 바로 하려고 노력해보는데, 오랫동안 굳은 몸은 마음처럼 움직여주지는 않는다. 이제 나는 조금 커서, 뱃살을 숨기려고 집어넣어도 숨겨지지 않을 뿐더러 곧바로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래서 이제는 목을 높이 들고, 어깨를 펴고, 허리의 자연스런 굴곡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한다. 살찐 30대로써 자연스레 뱃살이 통-하고 튀어나온다. 배 좀 봐라. 애, 이거 어쩌냐. 라는 이야기를 들어도 애써 숨기지 않는다. 그저 나 배가 나왔으니 볼테면 봐라 하고 배를 내민다. 다만, 더 적게 먹고, 더 움직이려고 노력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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