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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나날, 기록

사람은 좌 우로 나뉘지 않는다.

by GrapeVine.Kim 2017. 8. 11.

사람은 좌 우로 나뉘지 않는다.

 

 분열의 시대다. 개인이 겪고 있는 자아의 분열, 과거 세대와 현재 세대 간 분열, 노동과 자본의 분열, 정규와 비정규의 분열, 정상과 비정상의 분열이루 다 말할 수 있을까. 누군가 말했다. 분열 없는 이가 누구랴. 분열 없는 사회가 있으랴. 맞다. 모두가 다르고, 같지 않다. 신이 아닌 인간은 완전한 자아의 완성을 할 수 없다. 계속 자라갈 뿐이다. 사회 구성원이 추구하는 것이 모두 다르기에 사회적 갈등은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서로 다름은 문제가 아니다. 그것을 억지로 통합하고자 하는 시도가 사회적 병폐다. 단지 서로 다른 것을 잘 조율하고자 하는 노력과 방법을 개발할 뿐이다. 때문에 다름을 존중하는 것이 나에게 중요하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한 가지 내가 동의할 수 없는 것은 좌파와 우파에 대한 구분이다. 정치가 살아나고 있다. 정치 문화와 정치 사회가 건강해졌다는 의미가 아니다. 정치에 대해 죽었던 사람들의 관심이 이렇게 높았던 때가 있었을까(물론 관심을 갖는 이는 항상 있었겠다). 높아진 정치 의식으로 인해서인지, 어느새 우리에게는 정치 성향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잣대가 생겨버렸다. 저 사람은 좌파야, 저 사람은 우파야 하고 말이다. 순화해서 그렇지, 저 빨갱이 자식 혹은 저런 박사모 같은 놈 등등 서로를 그렇게 비방하며 싸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좌파와 우파에 대한 구분은 서로 다름에 대해 존중함으로써 다가가려고 하는 노력을 방해하는 양상을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좌파와 우파라는 것이 매우 모호한 구분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이를 기성 세대와 청년 세대 간 갈등으로 오인하곤 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기성 세대 중에서도 좌파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고, 젊은 세대 중에서 우파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꽤 있다.

 

좌파냐 우파냐를 구분하는 것이 가능할까?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지하는 정당으로 그 사람의 정치 성향을 판단할 수 있을까. 한 정당을 지지한다는 것은 그 정당의 정책에 대해 동의하고 적극적으로 찬성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한 정당에서 펴는 정책은 한 가지가 아니다. 많은 정책 속에서 모든 정책에 동의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 정당을 지지하지만 그 정책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말이 이상하지 않다. 만약 100가지의 정책이 있다면 어떤 지지자는 98개 정책을 지지하고, 어떤 지지자는 56개의 정책을 지지할 수 있다. 그 둘은 좌파라는 한 가지 이름으로 묶을 수 있는가? 모든 지지자는 개개인의 정치 성향을 갖는다.

 

 좌파냐 우파냐는 진보냐 보수냐라는 언어로 치환할 수 있다. 진보는 무엇인가. 진보는 현재의 상황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변화를 찾는 것이다. 반대로 보수는 현재의 상황이 바뀌어선 안되기에 변화를 막고자 하는 것이다. 단순하다면 단순할 수 있지만, 현실은 더욱 복잡하다. 모든 사람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무언가가 있고, 변화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변화는 진보라 부르고, 어떤 변화는 보수라 부를 것인가. 어떤 가치의 수호를 보수와 진보로 구분할 것 인가. 나는 거기에 모호함을 느낀다. 때문에 누군가를 진보 혹은 보수라고 칭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진보가 무엇이고 보수가 무엇이냐고.

 

물론 일반적으로 진보와 보수를 가르지 못할 것은 없다. 현재 우리 사회는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고, 자유주의 경제 체제를 지향한다. 진보는 이것에 무언가를 변화시키고 추가할 것인가를 더 많이 말하고, 보수는 변화를 참을 수 없어한다(그러나 실상 또 이렇게 나뉘지 않는 현실을 마주할 수 있다). 그리고 서로 다른 노선에 대해 더 세분하여 구분하는 용어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 시대, 사회 속에서 너는(나는) 진보냐() 보수냐()’ 는 말이 여전히 서로를 이분법적으로 갈라놓는데 쓰여지고 있다. 절대적으로 그 두 가지를 나누어서 어떤 한 사람을 그 중 한 쪽으로 몰아갈 수 없는데도 말이다. 정치적 구분은 우리를 서로 적으로 만들어 놓았다. 사람을 좌, 혹은 우 둘 중에 하나만 남기도록 하고 있다.

 

내 눈에는 사람을 절반으로 나누어서 왼쪽으로만 걷는 사람들, 오른편으로만 서 있는 사람들이 보일 때가 있다. 한쪽 발과 한쪽 손으로, 한쪽 눈으로 한쪽 귀로만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사람은 그러면 죽는다. 사람은 좌로도 우로도 나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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