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김용훈
초록 동빛이 내려오는 어스름
어둠이 무서운 전구 빛 위로
별들이 많이도 떳다.
멀리서 보면 까만 도화지 위에 하얀 점이라도 찍힌듯
누가 모래알이라도 흩어버렸는가.
참 개성도 없다.
사실 그들은 피부색도, 몸 무게도, 생김새도,
빠르기도, 위치도, 집 크기도,
친구도, 부모도, 자식도 모두 다르다.
가만히 점 하나 올려다 보고 있자니,
별 하나가 별 하나를 향해 돌진한다.
수줍은 별은 이끌리다가 격정적으로 하나가 되고
서로의 무게를 견디다 뜨거운 먼지가 된다.
별 하나는 인생이 무언지 고민하듯
같은 자리를 뱅 뱅 돌기만 하고 있다.
별 하나는 자신을 뜨겁게 태우고 있다.
절대영도의 고독 가운데 버려진
별들을 위한 초신성(超神聖).
관찰은 이해를, 이해는 판단을 낳는다.
그러나 수억 광년을 지나온 빛 너머에
그는 거기에 없었다.
도시의 네온사인이 별 빛을 쫓는다.
어둠이 두려운 자들은
셀 수 없는 별들엔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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