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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나날, 기록

고입에 관한 소견

by GrapeVine.Kim 2017. 6. 21.
고입에 관한 소견.

 문재인 정부가 특목고 및 자사고를 일반고등학교로 전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특목고와 자사고들은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학부모며 이미 졸업을 한 동문들마저 시위 조를 조직하려고 하는 등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왜 전환에 반대하는 걸까. 그것은 우리사회가 여전히 학벌주의 사회이고, 특목고 및 자사고가 SKY를 포함한 명문대로 진입하기 좋은 넓은 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2016년 SKY대학 입학생 중 특목고 및 자사고 출신 비율이 전체의 36.8%라고 발표했다고 한다(출처 : 특목·자사고, SKY 입학생 36.8% 차지…고교 서열화 가속, 한겨레, 2017.6.20, 김미향 기자). 전체 입시생을 고려했을 때 결코 낮은 비율은 아니다. 특목고 및 자사고의 명문대 진입률이 높은 것이 무엇이 문제되는 걸까. 그것은 학력으로 인한 차별의 시작점이 되기 때문이다. 특목고 및 자사고는 일반 고등학교보다 입학생 선발 시기가 이르다. 고등학교 입시생들 중 특목고 및 자사고 입학생들이 먼저 정해지고 이후 일반 고등학교로의 입학이 정해진다. 학생들은 대학 입시를 치루기 전에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한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 좋은 학교를 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가질수도 있다. 그러나 학생의 입시가 학생 개인의 노력으로 결정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2015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학고나 영재고를 지원하는 중학교 3학년 학생의 35%가 사교육에 월 100만원을 지출하고 있었고, 이는 일반고 지망 학생의 6~7배에 달하는 수치라고 한다. 또 사교육 참여 비율은 일반고 지망생이 66.6%인데 비해, 자사고나 외국어고, 국제고 등은 평균 80%이상인 것으로 조사되었다(출처 : 특목고 지망생 사교육 비율, 일반고 지망생의 7배, 한겨레, 2015.9.21, 엄지원 기자). 사교육 비율 및 사교육 금액 등의 차이는 결국 가정의 경제 상황에 따른다. 경제력에 따라 사교육 참여 여부와 그 정도가 정해지고, 이는 학생의 성적 향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 사회는 절대적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는 아니다. 그러나 기회의 평등을 추구한다. 누구나 같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을 자유로운 사회라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청년들은 사회로 진입 하기 전 교육에서부터 자유와 기회의 불평등을 경험하게 된다. 이 불평등은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 진학으로, 사회 진출로 연결되어 우리 사회의 계급 구분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 사회 속 학연의 힘을 발견할 수 있다. 또 학벌의 힘도 발견할 수 있다. 그 와중에 이번 정책에 대한 특목고 및 자사고 관계자들과 관련 학부모, 졸업생들의 반대의 목소리는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조금 더 좋은 사회가 무엇일까. 조금 더 나은 사회가 무엇일까. 경제력이 학력으로, 학력이 경제력으로  서로 순환되어 사회적 권력이 되물림 되고, 경제에서도 사회적 권력에서도 이탈된 사람들이 소외를 되물림하는 사회는 결코 아닐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문재인 정부의 특목고 및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계획은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정책이 학벌 주의와 차별 문제를 바로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여전히 고등학생들은 대학 입시 앞에서 비슷한 문제를 겪을 것이고, 대학 졸업 이후 취업 지원서의 출신 학교란을 마주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긍정적인 변화의 첫 걸음이 될 수는 있다. 이러한 흐름은 대학의 서열 문제와 학벌로 인한 차별, 그리고 빈부의 되물림 문제의 꼬리를 조금씩 밟아가는 것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비록 아직 요원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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