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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나날, 기록

죽을 뻔한 경험1

by GrapeVine.Kim 2017. 6. 16.

죽을 뻔한 경험 1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했을 때였나. 군 입대를 앞두고 어딘가 여행이라도 다녀와야겠다 싶었다. 당시 휴학하고 있는 친구들이 얼마 없어서 같은 입장이던 교회 여자 친구 두 명과 함께 여행 계획을 짰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중, 충청남도 태안에 쭈꾸미 축제가 봄마다 열린다하여 그 곳으로 결정했다. 버스를 타고 시골길을 달려 고생스럽게 도착했다. 항구로부터 이어진 길을 따라 횟집과 포장마차들이 늘어서 있었다. 쭈꾸미탕 한 그릇과 소주 한병을 먹으니 더 이상 즐길 거리가 없었다. 일본 만화에 보면 축제라고 하는 것이 마을 사람들이 신기한 옷을 입고 춤도 추고 다양한 먹거리도 파는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그런 장면들을 떠올리며 가서인지 첫인상부터 별로 흥이 날 거리들이 없어 실망감이 들었다. 친구들과 나는 허망하여 이왕 바닷가에 왔으니 낚시나 해보자며 의기투합을 했다. 근처에서 낚시 도구를 파는 곳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갑작스런 낚시 한번을 하기 위해 낚시대를 살 수는 없어서, 낚시 줄이 돌돌 말려져 손으로 줄을 풀 수 있게 만든 작은 손 낚시대를 구입했다. 그 낚시대는 미끼를 멀리 던지는 것이 어려운 구조였다. 부둣가에 서서 힘껏 미끼를 던졌으나 팔 힘만으로는 얼마 못가 미끼가 바닷 속으로 떨어졌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물고기는 소식이 없었다. 무언가라도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부둣가 아래에 쌓여진 테트라포트(방파제) 위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테트라포트는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가면서 윗 부분까지 이끼들이 자라고 있었다. 테트라포트는 구조상 사이 사이엔 큰 구멍들이 있었고, 커다란 구멍 사이로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가고 있었다. 빛이 잘 닿지 않는 것인지, 틈새로 비치는 바닷물 색은 어두운 색이었다. 별 일이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테트라포트 위에 서서 미끼를 끼워 둔 찌를 힘껏 던졌다. 1분이나 지났을까. 갑자기 발목까지 덮치는 파도가 쳤다. 온 몸에 짜릿하게 긴장감이 돌며 힘을 주었다. 견디나 싶었다가 들이치는 파도가 끝나고 나가는 파도가 시작되었다. 이끼로 미끄러웠던 바닥 표면이 문제였는지, 오래된 운동화의 밑창이 문제였는지 알 겨를도 없이 다리가 쓸려나갔다. 툭, 툭, 첨벙하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당시 나는 수영을 할 줄 몰랐기에 공포심이 들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말해서 수영을 할 줄 알았어도 테트라포트 다리 사이에 생긴 작은 공간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을 것이다. 시커먼 물이 가슴팍에서 머물다가 목까지 올라오길 반복했다. 아직 숨이 가쁠 일이 없건만 숨이 가빠졌다. 부둣가 위에서 친구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 긴장으로 팔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물 속에 가라앉지 않기 위해 조개나 고동 따위로 뒤 덮여진 테트라포트 표면을 필사적으로 붙들었고, 팔이나 허벅지에 상처가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5분이 지났을까. 기어오르기 위해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렸고,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겨우 올라올 수 있었다. 부둣가 위에 올라와서 친구들은 나를 걱정해주었지만, 당시 내 걱정거리는 바닷물에 빠진 PDA 폰과 그날 입을 옷이 없다는 것 정도였다. 우리는 그날 밤, 그런 일이 있었지 하며 하하 호호 웃으며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지나서 신문 기사를 훑어보다가 방파제 사고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매년 20명 정도의 사람들이 방파제 위에 올라갔다가 실족하여 사망한다는 내용이었다. 방파제의 무게가 워낙 많이 나가기도 하고, 떨어지면서 머리, 팔, 다리 등에 충격을 받아 위험하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죽을 수도 있었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괜찮겠지 싶어서 방파제 등에 올라가는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

그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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