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깝고도 먼 이야기, 창작

유인

by GrapeVine.Kim 2017. 6. 16.

 유인

 

A신문사 사무실 안에는 키보드 소리와 전화벨소리, 핸드폰의 진동소리, 말소리 등이 한데 섞여 소란스러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평소에도 전국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로 정신이 없었지만, 이틀 발생한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하여  분위기는 평소와 비교할 없었다. C시에서 이틀 초등 1학년 여학생이 괴한으로부터 살해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는 피해자가 혼자 하교하는 시간에 한적한 골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흉기로 피해자를 공격했다. 피해자는 심장에 상처를 입고 자리에서 즉사했다. 용의자는 피해자를 죽이고서 도망치지 않고 자리에서 그냥 서있었다. 그렇게 자리에 있기를 10 정도가 지나서 골목을 지나던 행인이 경찰에 신고를 하였고, 용의자는 즉시 경찰에 체포되었다. 용의자는 체포 당시에도 어떤 반항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은 체포 이후 이틀이 지나도록 어떤 발표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인터넷은 용의자에 대한 분노를 쏟아내는 사람들로 넘쳐났고, 시민사회와 언론은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경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사회부 부장은 부내 기자들에게 사무실에 앉아서 정리만 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 경찰이든, 주변인이든 조사하여 다른 신문사에서는 접할 없는 특종을 따오라고 성화를 부렸다. 그러나 와중에도 유독 움직임도 소음도 없는 사람이 있었다. 문화부 소속이었던 강한수 기자는 이달의 책을 선정하느라 사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간 도서를 탐색하고 있을 뿐이었다. 여기 저기 전화를 하다가 잠시 커피를 마시러 나가던 사회부 부장은 강기자의 책상 옆을 지나가며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으나 강한수는 어쩔수 없지 않느냐는 말을 부장의 시선을 피하는 것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때였다.

 

딴따따라란. 딴따따라란. 강한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A신문사 강한수 기자입니다.”

 

“B경찰서 한복수 경사입니다. 강한수 기자님 맞으십니까?”

 

강한수는 문화부 기자로써 경찰서 출입을 일이 별로 없었다. 다른 기자들과 다르게 아는 경찰이나 관계자가 적었다. 그는 경찰서에서 자신에게 연락을 했는지 궁금증을 품고 대답했다.

 

그렇습니다만, 무슨일이신지요?”

 

혹시, 이틀 전에 일어났던 초등생 살해 사건을 알고 계십니까?”

 

언론에서 계속 사건을 다루고 있으니 모를일은 없지요.”

 

그렇다면 사건의 용의자에 대해서 알고 계신게 있습니까?”

 

용의자나 사건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 경찰이 아무런 발표도 하고 있지 않은데, 저희가 용의자에 대해 있겠습니까?”

 

제가 묻는 것은 용의자를 개인적으로 알고 계시냐는 말입니다.”

용의자에 대한 내용과 사건에 관한 개략적인 내용도 경찰은 발표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그를 아냐니. 강한수는 질문 자체를 이해할 없었다.

 

“...아니, 그게 무슨…”

 

죄송하지만, 지금 당장 B서로 와주셔야겠습니다.”

 

아니, 저는 A신문사 문화부 기자일 뿐입니다. 필요하다면 사회부 기자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아니요. 강한수 기자님 당신이 오셔야 합니다.”

 

아니...그게 무슨…”

 

저희가 따로 A신문사에 연락을 하겠습니다. 서둘러서 주십시오.”

 

전화가 끊겼다. 당황스러웠다. 초보 기자 시절에야 경찰서를 몇번 갔었다지만, 문화부 소속 기자가 되고선 경찰서에 가본 적이 없었다. 물론 회사 회식자리에서 추태를 부리던 선배 기자에게 일침을 가했다가 주먹다짐을 벌여 경찰서에 적이 있지만, 뿐이었다. 갑자기 문화부 부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강기자! 잠깐 와봐!”

 

, 부장님.”

 

지금 B서에서 전화가 왔는데, 잠깐 갔다 오지. 급하게 부르는 같던데 바로 출발하도록해.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야? 문화부인 강기자를 찾는거야? 사회부 부장 눈치도 보이고, 이거 영역 침해라고.”

 

그게...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이었다. 강한수는 사건에 대해 아는게 없었다.

 

아무튼 다른 신문사 기자는 안부른 같으니, 우리 단독이야. 뭐좀 챙겨와봐. 그래야 사회부에도 말이 있지.”

 

,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강한수는 차를 몰고 B서로 향했다. 강한수는 B 앞에 도착할 즈음 차를 끌고 것에 후회감이 들었다. B 앞에는 각족 언론사가 취재를 위해 모여있었고, 유족들과 시민단체가 확성기에 대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확성기 소리는 유족들의 눈물 소리가 섞여들어 우울감을 불러왔다. 도저히 차를 공간이 없다고 판단한 강한수는 30분이나 걸려 다섯 블록이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걸어 왔다. 많은 인파 사이를 비집고 경찰서로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현관 앞을 지키고 있던 경찰들이 강한수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안으로 들여보내주었다.

 

한복수 경사님 계십니까?”

 

, 강기자님이시군요. 오시느라 수고 하셨습니다.”

 

..., 그런데 저를 찾으셨습니까?”

 

강한수는 기자로써의 사명보다 궁금증이 강하게 들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드려야할지....용의자를 조사하려면 강한수 기자님이 필요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지요? 용의자가 지인이라도 됩니까?”

 

그건 오히려 저희가 묻고 싶군요. 용의자는 누굽니까? 정말 용의자를 모릅니까?”

 

저는 용의자가 누군지도 모릅니다. 애초에 경찰에서 기본적인 정보도 공개를 안하고 있을텐데요.”

 

저희도 정보 공개를 하고 싶습니다. 지금 밖에서 난리를 치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해 미치겠다고요. 정말 남의 속도 모르고.”

 

지금 말은 경찰에서도 정보를 공개하고 싶은데 수가 없다는 말인가요?”

강한수는 밖의 말에 약간의 당혹감이 들었다.

 

용의자의 신분 조회가 안됩니다. 지문이 선명하게 찍히는데 조회가 안돼요. 출생신고가 안된 사람일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용의자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어요. 살해 동기조차요. 그런데 그가 체포되고 유일하게 하는 말이 있어요.”

 

그럴수가 있나요…? 그런데 말이 뭐죠?”

 

바로 강한수 기자를 데려와라 입니다.”

 

“...?!”

 

강한수는 당혹감으로 말을 수가 없었다. 용의자는 자신의 지인일까.

 

지금 2취조실에 있습니다. 저도 강기자님을 용의자가 찾는지 궁금하군요. 용의자가 강기자님 아니면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하니, 가서 용의자에 대해 파악을 부탁드립니다.”

 

강한수는 한복수와 함께 2취조실로 들어갔다. 취조실은 어두웠다. 사각형으로 생긴 가운데 철제 책상 하나가 있었고, 위로 노란색 빛을 내뿜는 전구가 하나 켜져 있었다. 전구 아래로 용의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얼굴의 절반은 드러나고, 절반은 어둠에 뭍혀있었다. 용의자는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띄고 있었다. 얼굴에 드리워진 음영과 옅은 미소가 어우러지자 공포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용의자의 외모는 객관적으로 미남형에 속했다. 강한수와 한복수는 용의자에 맞은편에 앉았다.

 

, 네가 말한 강한수 기자님이다. 너의 요구를 들어줬으니, 이제 입을 열테지? 말해, 이름이며 살해 동기며, 살해 방법이며 죄다!”

 

“.......”

 

10 정도 정적이 흘렀다. 한복수는 손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그는 책상을 손바닥으로 소리가 나게 치며 소리쳤다.

 

! 새끼야! 요구를 들어줬는데 아무말도 안하는거야! 지금 장난해!”

 

그때 용의자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강한수랑 이야기를 한다고 했지 당신이랑 이야기를 하겠다고 적이 없는데?”

 

? 여기가 놀이턴줄 알아? 미친놈이네! 이거! 네가 짓을 했는줄 알기나 !”

 

한복수는 분이 풀리지 않는지 다시 철제 책상을 오른 손으로 내리쳤다. 소리의 크기가 그의 분노를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경사님, 제가 한번 이야기해보죠...잠시 밖으로 나가주시겠습니까?”

 

강한수는 자신이 처음 보는 청년에 대해 호기심이 들기 시작했다. 용의자는 나를 어떻게 아는걸까, 나에게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걸까하는 질문이 용의자가 벌인 사건의 끔찍함보다 신경이 쓰였다.

 

에이씨. 강기자님, 저희는 바로 밖에 있으니, 무슨 생기면 바로 불러주십시요.”

 

한복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갔다. 끼이익 거리는 취조실 문의 소리가 소름이 끼쳤다.

 

, 이제 말해보실까? 먼저 자네 나를 아나?”

 

“....”

 

1 정도가 지났지만 용의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

 

여기엔 혼자만 있네. 나는 A신문사 강한수 기자라고 하는데, 자네가 찾는 사람이 내가 아닌가?”

 

당신이 맞지. 단지 저거.”

 

용의자가 가리킨 방향에는 붉은 LED등이 1초에 한번씩 점멸하고 있었다. 취조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CCTV였다.

 

“CCTV? 저게 있으면 나랑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CCTV 끄길 바라나? ...잠시만, 잠시 나갔다 오겠네...”

 

강한수는 취조실 밖으로 나와 한복수 경사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한복수는 분에 찼는지 애꿎은 시멘트 벽을 발로 찼다.

 

아이씨! 저자식이 지금 누굴 놀리는거야!”

 

경사님...진정하시고...일단 용의자가 원하는데로 해주면 어떨까요…?”

 

그게 쉬운게 아니에요. 저희는 기록을 남겨야한다고요.”

 

그럼...제가 녹음기를 써서 대화 내용을 녹음해보겠습니다. 그걸로는 안될까요?”

 

녹음기요? 하아...잠시만요. 상관이랑 이야기좀 해볼게요.”

 

한복수 경사는 사무실 안쪽으로 들어갔다. 잠시 사무실 안쪽에서 소리가 났고, 한복수가 땀을 흘리며 돌아왔다.

 

제가 어떻게든 했습니다...녹음 해주시구요. 부탁드립니다.”

 

...한번 대화를 해보겠습니다.”

 

강한수는 다시 취조실 안으로 들어갔다. 용의자는 여전히 어둠 속에서 반쯤만 얼굴을 내밀고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점멸되던 붉은 LED 더이상 반응이 없었고, 어둠속에 동화되어 있었다.

 

, 자네 요구는 들어준 같다만. 이제 대화를 해볼까? 우선 나를 불렀지?”

 

그냥. 당신이 보고 싶었거든.”

 

강한수는 예상하지 못한 대답에 당혹스러움이 들었다.

 

단지 뿐인가?”

 

.”

 

내가 보고싶었지?”

 

말했잖아. 그냥이라고

 

“...할말이 없어지는군. 다른 할말은?”

 

글쎄. 다른 질문은?”

 

용의자의 요구를 들어주면 술술 정보가 나올 알았다. 그러나 대화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그럼 기본적인 것부터 질문하지. 자네 이름은 뭐지?”

 

그거 말고 다른 질문.”

 

자기 이름도 알려줄 마음이 없다니. 생각보다 무례한 친구인걸? 사람을 불러놓고 말이야. 내가 질문하면 되지?”

 

글쎄, 내가 벌인 사건에 대한건 어때?”

 

좋아. 자네는 여학생을 살해한게 맞나?”

 

내가 그랬지.”

 

용의자에 표정엔 어떤 미동도 없었다. 오히려 그는 여전히 미소를 띄고 있었다. 어린아이를 죽이고서 웃고 있다니. 강한수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과 함께 약간의 한기를 느꼈다.

 

죽였지?”

 

내가 질문 하나만 하지.”

 

용의자는 대뜸 질문을 던졌다.

 

댐과 아래에 마을이 있다고 치지. 댐이 무너지면 마을 사람들은 죽어. 위에 남성이 있고, 그는 댐을 폭파하려고 하지. 그런데 장소에 당신이 있어. 경찰에 신고할 시간도 없고, 그를 설득할 수도 없어. 당신 선택은?”

 

너무나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강한수는 용의자가 자신을 놀리는 중인가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물론 막아야겠지.”

 

어떻게?”

 

글쎄...육탄전이라도 벌여야하나?”

 

그는 칼을 꺼내들었고, 당신에게 다가가고 있지. 어쩔셈이지?

 

강한수는 정의로운 사람은 아니었다. 문화부 기자가 것도 사회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도망치면 죽는거고..., 싸워야 하려나…? 나만 죽으면 혼자 도망가는 것보다 못한 상황이 벌어질테니, 어떻게든 폭파범을 제압해야겠지.”

 

제압하는 과정에서 폭파범이 떨어져 죽거나 하면 어쩔텐가?”

 

최대한 안그래야겠지만...아무런 희생이 생기지 않는 것은... 쉽지는 않겠지....? 그래도 마을과 많은 사람은 구할 있으니 정상참작은 될지도 모르겠군.”

 

역시 그렇게 생각하지?”

 

용의자는 표정이 조금 밝아진 같았다.

 

그런데 이야기가 사건과 무슨 상관이지?”

 

상관이 있지.”

 

도통 모르겠는데.”

 

마을을 구했거든. 아니, 모두를 구했지.”

 

강한수는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하아. 지금 나를 가지고 장난하는건가? 나는 자네 때문에 경찰서에 와서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어. 장난을 하려고 나를 부른 것은 아닐테지?”

 

장난이라니. 내가 그래야 하지? 누구보다도 진지하지. 진지하지 않으면 없는걸 했고.”

 

어린아이를 살해한 것을 말하는 건가?”

 

, 어떤 면에서는 그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

 

강한수는 앞에 앉아있는 용의자가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없는 어린아이를 살해하고 모두를 구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갑자기 살해당한 아이가 불쌍해지면서 분노의 감정이 솟구치는 같았다.

 

아이를 죽였어. 그것도 초등학생 1학년을! 아이가 무슨 잘못을 했지? 아이가 누구를 헤쳤지? 아이가 지나가는 꽃을 밟았다고 하더라도 세상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죄를 짓는 사람이 많다고! 그런데 ? 사람을 구해? 미쳤어? 정신이 아니군!”

 

진정해. 멀쩡해. 제정신이라고. 궁금하지 않나? 내가 아이를 죽였는지. 당신에게만은 말하도록 하지. 내가 그랬는지. 전에 진정하라고.”

 

강한수는 피로감을 느꼈다. 자신이 이런 대화를 해야하는지 도통 없었다.

 

그렇다면 다시 묻지. 농담하지 말고 똑바로 이야기해줬으면 좋겠군. 아이를 죽였지? 부모에 대한 원한인가?”

 

아니, 부모에 대해 오히려 좋게 생각하지. 아이의 아버지는 대학 교수더군. 유명한 물리학자였지? 어머니도 공무원인걸로 아는데, 나쁠거야 없겠지. 단지 아이만 생각했어.”

 

왜지? 아이가 했다고 죽인거야?”

 

폭파범을 죽인 거야. 아이가 폭파범이지.”

 

무슨 소리인지 도통 수가 없군. 아이가 폭파범이라고?”

 

아이는 30 뒤에 과학자가 .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물리학자가 되지. 그녀는 블랙홀을 인공적으로 만드는데 성공해. 지금 시대에도 그건 가능하지만, 그녀는 그걸 손쉽게 만들고, 다루기 쉽게 하는데 성공했지. 생각해봐. 인간이 중력에너지를 자유롭게 있게 된거야. 인류는 찬사를 보냈지만, 그건 비극의 시작이었지.”

 

강한수는 자리에 나와서 공상 과학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후회되었다. 이번주까지 특집 기사를 써야하는 것이 갑자기 생각났다.

 

들어 주겠군. 그냥 미친놈이었구나.”

 

글쎄, 과연 그럴까. 사람들은 착각했어.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한다고말야. 그러나 그녀의 블랙홀은 2 핵폭탄이 됐어. 강력한 무기는 세계를 전장으로 바꿔놨지. 많은 사람이 죽었고, 돌이킬 없게 되었어.”

 

내가 너의 공상을 진지하게 들어줘야하지? 가겠어.”

 

나는 신원 조회가 안될까?”

 

강한수는 갑자기 약간의 호기심이 느껴졌다.

 

그건 내가 곳에서 태어난 적이 없기 때문이야.”

 

그게 무슨 말이지?”

 

지금부터 40 후에서 왔거든.”

 

지금...시간여행에 대해 말하는거야? 기가 노릇이군.”

 

이건 사실이야.”

 

강한수는 용의자가 시종일관 짓고 있던 희미한 미소를 거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느꼈다. 진지한 표정에 전혀 현실성 없는 이야기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 순간적으로 약해졌다고 생각했다.

 

지금부터 35 후에 무기화된 블랙홀로 인해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결과는 대부분의 국가가 사라지고 인류의 절반이 죽어. 그로부터 5 과학자들은 타임머신을 개발하지. , 당신들이 생각하는 타임머신의 개념하고는 조금 다르지만 말이야. 임무를 받고 작전에 투입되었어. 바로 블랙홀 전쟁이 벌어지기 전에 인공 블랙홀 자체가 개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지. 인공 블랙홀을 개발한 그녀가 어린 시절로 돌아가 그녀를 제거함으로써. 그리고 나는 성공했어.”

 

강한수는 앞에 앉은 남자가 과대망상에 빠져있다고 생각했다.

 

이해할 없군. 그렇다면 타임머신은 어디있지? 다시 돌아가지 않고 여기 이렇게 있는 거지? 이대로라면 사형수가 될걸?”

 

미래는 고정된 것이 아니야. 미래는 항상 변하지. 내가 그녀를 죽인 순간 미래는 바뀌었어. 그녀가 없으면 블랙홀 전쟁도 없지. 전쟁이 없었다면 과학자들이 타임머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을거야. 아이를 죽인 순간 타임머신 자체가 증발해버렸어. 돌아갈 수단이 없어졌지. 애초에 돌아갈 미래조차 변했기 때문에 내게는 곳이 없었지만 말이야.”

 

타임머신이 증발했다고 했지? 그렇다면 없어지지 않은 거지? 너도 지금이 변하면 없어져야 하는거 아닌가?”

 

글쎄. 부모가 여전히 나를 낳을 계획인가보지 . 미래에도 존재할 예정일거야.”

 

말을 믿을 같은가?”

 

당신이 믿든 믿든 그건 상관 없어. 지금 매우 기분이 좋거든. 세상을 구했어. 단지 나를 희생해서 말이야. 아까 내가 얘기했던 얘기 아직 기억하고 있지? 폭파범을 죽인 뿐이야. 마을 사람들을 죽일 범죄자를 말이야. 당신도 말했잖아? 정당방위라고.”

 

...믿을 없어... 아이가 미래에 하든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어린애였을 뿐이라고! 이런 이야기를 나한테 하는거야? 나를 지목한거냐고!”

 

이름이 뭔지 물었었지?”

 

강한수는 용의자가 갑자기 이름 이야기로 화제를 전환하자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이름은 강수목이야.”

 

용의자는 말을 마치며 오른 팔을 자신의 목덜미로 향했다. 그는 목덜미를 덮고 있던 옷을 일부 거둬서 살이 비치도록 하고 옆으로 비스듬히 돌았다. 용의자는 자신의 목덜미를 강한수가 있도록 했다. 목에는 직경 5cm 점이 있었다. 목덜미의 점을 순간 강한수는 싸늘한 기분을 느끼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목덜미로 손을 데고 있었다. 점은 강한수의 목에도 있었다.

 

...뭐야... 뭐야…!”

 

반가웠어. 아버지.”

 

강한수를 아버지라고 부른 용의자는 재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강한수의 뒤로 돌아갔다. 그는 당황한 강한수가 주춤한 사이 주머니에서 녹음기를 꺼냈다. 그리고 벽을 향해 힘껏 던졌다. 녹음기는 자리에서 박살이 났다.

 

어머니가 아버지 이야길 많이 했지. 한번도 적은 없었는데, 그냥 죽기에는 아쉬워서 말이야. 그래도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길 없지. 나도 아이를 죽이고 싶진 않았어. 그러나 이해해주면 좋겠군.”

 

강한수는 아무런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머리가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박살난 녹음기와 용의자를 번갈아 바라볼 뿐이었다.

 

여기서 편하게 생활할 있다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유아 살해자를 그냥 두지는 않겠지? 나에겐 편히 죽을 권리 쯤은 있을 같은데. 아버지와 이야기라도 해볼 있어서 다행이군.”

 

용의자는 그렇게 말하고 입을 크게 벌렸다가 힘껏 다물었다. 빠각. 소리가 나고 잠시 용의자의 입에서 흰색 거품이 보였다. 용의자는 순식간에 쓰러져 바닥에서 뒹굴었다. 잠시 멍하게 사태를 바라보던 강한수는 밖으로 뛰쳐나가 한복수 경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용의자는 즉사했다. 용의자의 치아 안에 있던 특수한 독이 터지며 독사했다. 경찰은 강한수에게 어떻게 일인지 물었지만, 강한수는 자신이 어떤 말을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녹음기는 박살났고, 비디오 녹화도 없었다. 그에겐 아무런 증거가 남아 있지 않았다.

 

이틀간의 추가 조사를 마치고야 강한수는 경찰서에서 나올 있었다. 경찰서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경찰은 여전히 제대로 발표를 하지 못했다. 다만 용의자가 음독자살을 했다고 발표했을 뿐이다. 강한수는 울부짖는 피해자의 부모를 보았다. 그는 괴로움과 슬픔의 중간 쯤에 있을 감정을 느꼈지만, 피해자가 죽었어야 했는지 제대로 고민할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가깝고도 먼 이야기, 창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가 손을 뻗었을 때  (0) 2017.09.08
  (0) 2017.06.26
스크롤링  (0) 2017.02.20
기억되지 않는 곳에서  (0) 2015.09.01
돌아온 봄, 돌아올 봄  (0) 2015.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