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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나날, 기록

나는 왜 여기에

by GrapeVine.Kim 2017. 6. 12.

다중지능이라는 말이 있다. 다중지능은 하워드 가드너가 제시한 지능이론이다. 일반적으로 암기력이 좋거나 계산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지능이 높다고 하나, 암기력, 계산력 뿐만 아니라, 인간의 지능은 다양하다는 것을 뜻한다. 다중지능은 언어지능, 논리수학지능, 음악지능, 신체운동지능, 공간지능, 인간친화지능, 자기성찰지능, 자연친화지능, 실존적지능 등으로 분류된다.

나는 암기를 잘 하거나 수학을 잘 하지 못한다. 그러나 한 가지 자신 있어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자기성찰지능이다. 나의 감정과 생각을 잘 분석하고 그것을 표현해낸다. 어른이 되어서, 타인과 교류하고 소통하며 놀란 것 중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짚어내는데 어려움을 갖는다는 사실이었다. 스스로의 감정과 생각에 대해 분석하고 표현하게되면 타인과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혼란이 줄어든다. 갈등의 심화 이유 중 하나는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사실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사람들이 나와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기정사실화한 내가 선택한 방어기제가 혼자 노는 것이었다. 혼자 독서하고, 영화를 보며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다보니 점점 자신에게로 집중하게 되었다. 나는 누구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생각했다. 타인과 주변이 점점 작아졌고, 내면의 세계는 비대해졌다. 잘 하는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결국 자신에게 빠져살아왔다는 것이다. 사람의 심리가 얼마나 위태로운가. 감정이 아래로 꺼졌다가 높이 솟아올랐다. 비대해진 감정의 물살은 파도가 되어서 내 생활을 흔들어놓는다. 특히나 자기 스스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파도가 쓰나미로 변해 일대를 초토화시키기 마련이다.

고집쎈 20대를 지나오며 자신에게서 눈을 돌려 타인과 주변으로 눈을 돌려야함을 겨우 알아갔다. 자신을 아는 것이 중요한만큼 타인을 아는 것과 우리의 상황을 아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내가 중요한만큼 타인의 감정과 생각이 중요하고, 우리를 둘러싼 세계가 우리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요즘 조금 힘이 들었는지, 한동안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하루 중 있었던 고된 일들을 줄줄이 쏟아놓았다. 그 때 내 기분이 어땠고,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는다. 아내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차분하게 들어준다.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있음은 행운이다. 오늘 저녁도 하루 중 있었던 여러 일들을 아내 앞에 꺼내어 놓는다. 그러나 어쩐일인지 이야기를 듣던 아내가 내게 잠시 앞에 앉아 보란다. 요즘 내가 하루가 멀다하고 감정과 생각을 쏟아내는 것이 아닌가 물어본다. 아니 그건 괜찮지만 내면에만, 자기 스스로에게만 과도한 집중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내가 힘든 것처럼 타인도 힘이 든다. 나의 고통처럼 타인이 고통을 겪으며 산다. 하나님은 나의 행복에 집착하시기보다 이 세상을 아우르신다. 나는 오늘 왜 여기에 있었는가. 나는 내일 왜 거기에 있을 것인가. 하나님이 내게 원하시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무엇을 하길 바라실까. 아차, 간과했음을 깨닫는다. 나를 이해하는 힘이 타인과 세상을 이해하고 내가 해야할 일을 알려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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