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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나날, 기록

운전

by GrapeVine.Kim 2017. 6. 9.

2012년 10월,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았다. 누군가는 대학에 입학하기도 전에 운전면허를 먼저 땄다고도 하지만, 나는 따야지, 따야지 하면서도 대학 입학 후 6년이나 걸렸다. 운전 학원에서 처음 운전대를 붙들었던 때가 기억난다. 숱한 사람들의 땀이 스며들었을 오래된 트럭의 앙상하고 초라한 운전대는 엔진의 진동을 내 심장까지 전달하며 울렁거림을 몰고 왔다. 그 때부터 였을까, 운전대를 붙잡으면 언제나 긴장감이 찾아왔다. 목이 뻣뻣해지고, 척추가 굳어지고, 손에서 땀이 났다. 긴장하면 더 못하는 것이 운전이었다. 복지관에서 일을 했을 때 '운전 자신 있습니다!'를 외치며 입사하였지만, "어...어...!어....!!"소리치며 엑셀을 밟다가 복지관 과장님으로부터 운전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런 내게 운전을 능숙하게 하는 사람들은 어른처럼 보였다. 나보다 한참 동생인 친구들도 운전을 요리 조리 잘 하는 걸 보면 경외심이 솟아났다. 생각해보면 언제나 누군가가 모는 자동차를 탔었고, 그 누군가는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어른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또래가 모는 차를 타게 되었고, 이제는 동생들이 모는 자동차를 타게 될 때도 있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사람을 향한 감정은 그대로인데, 상황도, 시간도, 내 나이도 달라져 버린 것이다.

운전면허가 발급된지 벌써 5년이 지났다. 벌벌 떨며 안전벨트를 매던 나도 이래저래 조금씩 운전을 하게 되었고, 이제는 조금 익숙해졌다. 얼마 전에는 충북 음성에 다녀왔다. 공동체 어른들이 만든 집을 잠시 빌려 아내와 친구들과 함께 하루를 머물다 왔다. 차를 몰고 가는 방법 이외에 그 곳에 가는 방법이 없었다. 특히 고속도로를 타야만 했다. 아내에게 음악도 틀지 말라고 하고 집중하며 운전을 했다. 다행히 아무 일 없이 운행을 마쳤다. 이제 고속도로도 타게 되었다니, 감회가 새롭다. 왠지 앞으로도 종종 운전석에 앉아 누군가를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게 될 것 같다. 어느순간부터는 매번 당연히 앉았던 뒷자석보다 자연스럽게 앞자리 운전석에 앉게되지는 않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30대가 된 내가 바람같은 20대를 돌아봤을 때 붙잡히는 것이 없어 괴로웠는데, 운전을 하게 되었구나 하고 생각해보니 그런데로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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