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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나날, 기록

170521, 서비스맨

by GrapeVine.Kim 2017. 5. 21.

170521

 최근 뜻하지 않게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는 중에 있다. 건강을 회복하는 와중에 건강에 무리를 주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공동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에서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하고 있었다. 다른 일을 찾아볼까도 생각했지만, 공동체가 사람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었고, 새로운 사람들과 일하면서 받을 스트레스를 굳이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서 같이 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얼마 전이었다. 그날 저녁은 매장 전체를 대여하기로 한 단체 예약 손님이 방문하기로 예정된 날이었다. 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매장이었기에 한꺼번에 여러 손님들이 몰려들 것이 부담스러웠다. 한꺼번에 다양한 요구가 쏟아질 것이 예상되었던 까닭이다. 출근을 하고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손님들이 방문했다. 정신 없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단체 손님들이 요청하여 마련한 열 댓 명이 앉을 수 있는 합석 테이블의 가운데 앉은 손님이 문제였다. 손님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얼핏 듣기로는 그 분이 그날 저녁 자리의 주최자 격이었던 것 같았다. “저는 이 메뉴를 주문한 적이 없어요.” 그는 자신이 주문한 메뉴가 잘 못 나왔다고 컴플레인을 걸었다. 당시 그의 메뉴는 나와 매장의 홀 매니저격인 친구가 함께 주문을 받았기에 실수하기 어려웠었으나, 손님이 아니라고 하는데 다른 방법이 없었다. 사과를 드리자, 그는 나에게 공식적으로 제공되지 않는 소스를 주기를 요청했다. 주방에 확인하자 어렵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나는 손님에게 다가가 공손하게 답을 드렸으나 그는 그런 요구하나 들어주지 못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아쉬움을 표현했다. 나는 다시 한번 사과의 말을 전하고 주방에 문의하여 손님이 원하는 음식으로 다시 준비해줄 수 있다고 이야기하였으나 그는 거절하였다. 그는 자신의 컵에 얼룩이 묻었다거나, 다른 사람의 음식이 너무 늦게 나온다는 등의 의사를 표시했다. 가뜩이나 한꺼번에 다양한 요청이 들어와 신경이 곤두서고 피곤해져 있었다. 점점 그 손님에게 반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기어이 마감시간이 다가왔다. 한번에 어질러진 매장을 한번에 치우는 일도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이것 저것 치우다 보니 손님들이 자리를 정리하고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에게 계속 컴플레인을 걸던 손님이 우리에게 다가와서 말을 건넸다. 너무 잘 해주셔 감사하다고, 앞으로 자주 오겠다는 뜻밖에 말을 전했다. 나는 즉각적으로 감사하다고 인사말을 전했으나, 속으로는 당혹감이 들었다. 손님이 나가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내가 손님에게 반감을 가지고 대응을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손님은 매장을 나가면서 감사했다는 인사를 하진 않았을 것이다.

 우리에게 찾아온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그리고 편히 쉬기 위해 매장에 방문한다. 방문자는 다양한 요청을 할 수 있고, 우리가 그 요청에 마음을 다하여 응답해주면 그 날 저녁처럼 감동을 받는 사람도 생길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지금 일을 하고 있는지 와는 별도로, 나는 지금 어찌되었든 공동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고 있다. 서비스업에 종사 중인 것이다. 나의 진로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크던 작던 누군가를 위해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는 것 같다. 그 날의 기억을 기록하며, 당분간은 마음을 고쳐먹고 최선을 다해볼 것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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