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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나날, 기록

삶과 죽음에 대한 단상

by GrapeVine.Kim 2017. 5. 1.



2017년에 들어와서 청년부 리더 모임에서 ‘사람’이라는 서적을 가지고 나눔을 하고 있다. ‘사람’은 밥과 똥의 상관관계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밥과 똥은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불경스러운 이야기로 치부될 정도로 우리에게는 터부시되는 것이다. 책에서는 밥은 어디까지가 밥이고, 어디서부터 똥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처음에는 구분이 당연하고 어려울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조금만 생각을 더하자 대답이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사람의 내장 기관은 하나로 이어져있기 때문이요, 똥이 거름이 되어 우리가 먹는 밥이 되고, 밥은 우리 몸 밖으로 나와 똥이라 불리기 때문이다. 과연 그렇다.


밥과 똥에 대해 집요하게 고찰하던 책은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다. 삶은 어디까지가 삶이고 죽음은 어디부터 죽음인가. 삶은 삶이고 죽음은 죽음이지 무슨 말을 하느냐 묻는 것이 일반적이다. 저자는 삶과 죽음을 따로 때어 생각하는 것은 결국 죽어야 하는 숙명으로 인한 삶의 비관이나 죽음으로 모든 것에서 해방된다는 삶의 기만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밥과 똥의 문제처럼 살아가고 있는 순간은 죽어가는 순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죽어가고 있는 지금은 살아가고 있는 순간이다. 처음부터 삶과 죽음은(밥과 똥은) 따로 구분할 수 없는 것이다.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관점에서 생각하면, 일상 속에서 의미 있게 죽는 것은 의미 있는 삶으로 이어진다. 죽음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아등바등 삶을 갈구하는 것은 온전한 삶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된다.


의미 있는 죽음이란 무엇이고, 온전한 삶이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에너지의 흐름’으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죽는다는 것을 내가 가진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산다는 것을 에너지를 축적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에너지의 나감과 들어옴이 하나인 삶과 죽음을 설명하기 쉽다고 생각했다.


요즈음 나는 건강상의 이유로 꽤 오랜 기간을 집 안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란 밥을 먹고, 놀이 거리를 찾고, 누워서 쉬는 것이 전부다. 나는 내 에너지를 계속 축적만 하고 있다. 누군가는 부러워할지도 모르겠다. 문득 이런 생활이 계속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봤다. 삶이 끝나고 내 삶은 의미 있는 삶이었다고 평가 받을 수 있을까? 나의 삶은 내게 즐거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일생은 누군가로부터 기억되지는 못할 것이다. 삶이 누군가로부터 기억되기 위해서는 생애 속에서 누군가에게 나의 에너지를 불어넣어주어야 한다. 그 과정은 내 에너지의 소모를 뜻하고, 죽음을 뜻하기도 한다. 죽음(누군가를 위한 에너지의 소모) 없는 삶(자신 만을 위한 에너지 축적)은 온전한 삶이라 부르기 어렵다.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에너지를 어디에 쓰고 어떻게 죽어가야할까 고민해본다. 건강이 어서 회복되어 마음껏 죽을 수(타인에게 나의 에너지를 줄 수)있게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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