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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나날, 기록

170119, 하루

by GrapeVine.Kim 2017. 1. 20.

 아침 6시, 수영장에 가기 위해 눈을 떴다. 더 자고 싶었지만 새벽 운동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서는 아내가 수영장을 다녀오라며 나를 깨우는바람에 더 자지 못하고 일어났다. 공복에 운동을 하기에는 몸이 힘들어 의지를 내 시리얼을 우유에 말아 먹었다. 간단하게 나갈 채비를 하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수영장까지는 걸어서 20여분이 소요된다. 겨울철 6시 30분 정도에 밖에 나와 있으면 아직 새벽녘 같은 느낌이 든다. 기온도 매우 떨어져 있고 해가 늦게 떠서인지 밤처럼 어둡기도 하다. 수영장까지 걸어가며 춥기도 춥고 잠도 덜 깨서 불쾌한 느낌이 들지만,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는 생각은 기분을 좋게 한다. 


 수영은 정확하게 7시에 시작한다. 수영 강사가 앞에서 준비 체조를 실시하면서 강습이 시작된다. 나는 근래에 배영을 배우고 있다. 거의 무리 없이 배영을 할 수 있게 되어 곧 평형을 배울 것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자유형을 제대로 하지 못해 자유형으로 수영할 시에 레인 중간에서 일어나 숨을 몰아쉬곤 한다. 이런 상태에 대해 강사에게 이야기했지만 강사는 계속 같은 것만을 연습할 수는 없으므로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연습하는게 좋다고 이야기하였다. 강습을 지도하는 강사에게 신뢰가 느껴져 가르침을 잘 받고 연습을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수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지난 저녁 집 앞 베이커리인 '시냇가에 심은 나무'에서 사온 빵을 두개나 먹었다. 운동을 하고 온 이후의 오전 시간은 주로 게임을 하거나 TV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시간을 보낸다. 오후 시간에는 다른 활동을 하기 위해 약간의 휴식시간을 갖기 위함이다. 운동 후에 휴식하는 이 시간이 하루 중에 가장 빨리가는 것 같다.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적은 가장 마음이 편한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집에 있는 재료로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캘린더를 보며 오늘 할 일들을 살펴보았다. 캘린더 씩이나 사용할 정도로 바쁘거나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캘린더에 할 일을 기록하고 확인하는 것이 나에게 있어 습관이었다. 오늘은 보건소에 가서 인바디 검사를 하기로 아내와 약속을 한 날이었다. 오후가 되어서 옷을 주섬 주섬 입고서 서대문 보건소를 향해서 집을 나섰다. 보건소에서는 인바디 검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간단한 설문을 작성하고 기계 위에서 잠시 서있었더니 나의 신체가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 검사기에 의해 완전히 파악되고 말았다. 내 신체에 물이 얼마나 있는지, 근육은 얼마나 있는지, 지방은 얼마나 있는지 밝혀졌다. '비만'이었다. 지방과 체중이 오바되어 비만 판정을 받았지만 근육량도 평균 이상이었기 때문에 기분은 좋았다. 아내에게 자랑삼아 결과지를 사진 찍어 전송했다.


 카페에 가서 독서라도 해볼까 하였지만 수입이 없는 요즘 괜시리 차 값을 내느라 소비를 하는 것이 이내 못마땅하여 집으로 방향을 정했다. 그냥 돌아가기 조금 섭섭하였던지 집으로 가는 길을 홍제천으로 정했다. 오랜만에 걷는 홍제천은 달라진 것이 별로 없어보였다. 몇 해 전 구직자로 지내면서 가끔 바람을 쐬러 홍제천 산책을 하던 나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바뀐 것이 없는 것은 아닌지 잠시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도 하였지만, 과거와 지금이 아예 같지는 않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집에 돌아와 요즘 읽고 있는 글쓰기 관련 책을 읽었다. 오래전부터 글쓰기에 관해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했기에 요즈음은 글쓰기 수업도 듣고 있다. 글쓰기 수업을 수강하고, 관련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글을 잘 쓰고자 한다면 많은 것을 알고, 배우고, 부단히 글을 써야한다는 것이다. 글 쓰기가 밥 벌이가 되기 위해선 뼈를 깎는 노력이 깃들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나는 그런 각오가 되어있을까. 글쓰기 수업 강사는 글로 오롯이 생계를 꾸리는 사람은 우리나라에 얼마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대부분이 글 쓰기 이외의 수입원을 마련하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아마 나도 생계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이었다. 


 저녁이 되어 혼자 식사를 챙겨먹었다. 별일 없으면 아내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지만, 오늘은 아내가 신촌에서 학원 수업을 듣는 날이기에 그럴 수 없었다. 식사를 하고, 음악을 들으며 다시 독서를 조금하고 있으니 하루가 벌써 지나가고 있다. 


 2017년 1월을 보내고 있는 나의 일상의 모습을 기록해보았다. 많은 청춘들이, 어른들이 죽기 살기로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 가운데, 나는 너무 사치를 부리고 있는걸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늘도 회사에서 노동을 하고 온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미안함과 더불어 잠시의 휴식기와 다시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허락하고 응원해주는 아내에게 감사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