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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나날, 기록

17.1.5 / 지금을 위한 고민 - 자격증 공부를 그만 두다.

by GrapeVine.Kim 2017. 1. 5.
17.1.5

 일을 그만 두고 한달 정도의 시간을 보냈다. 글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과 사회복지 현장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무언가 하는 고민으로 직장을 그만두고난 직후에는 무엇에 열중해야 하는지 방향을 잘 잡지 못했다. 열심히 일 했고, 그래서 한달 정도의 쉼은 괜찮겠지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큰 불편함이나 어려운 마음 없이(생계에 대한 걱정을 빼고는) 쉼의 시간을 보냈다. 평소에 좋아해서 잔뜩 사놓았지만 시간이 없어 못한 게임도 플레이하고,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고 몇장 넘기다가 만 책도 읽었다. 새로운 기회에 앞서서 여행도 다녀와야지 하며 여행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고, 사람의 관심이 끝난 명작 드라마도 보았다.  한달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금새 지나가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바로 이제 나는 무얼 해야하나 하는 고민이 시작됐다. 사회복지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기에 무언가 생계를 책임질, 나의 삶을 쏟아부을 일을 찾고 싶으나, 막막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글 쓰기 공부를 하고 싶어서 칼럼을 쓰는 강좌를 신청하기도 했지만, 그것만으로 나에게 주어진 자유의 시간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무언가 대단한 것을 지금 이 시간에 채워야할 것 같다는 조바심이 났다.

 아내는 언제나 내 일과 고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아내는 어느날 메신저로 주소 하나를 보내주었다. 자격증 강좌 사이트였다. 아내는 우연히 발견했노라고, 그냥 이런 것도 있네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주소를 보냈다고 한다. 그 사이트를 열람해보니 처음 뜨는 문구가 2016년 12월까지 자격증 강의를 신청하는 사람에게는 강좌를 무료로 열어주겠다는 것이었다. 한 강좌당 40만원 상당의 수강료가 적혀있었고, 다른 곳에서 비슷한 강좌를 듣는다면 더 비쌀 것 같았다. 평소 관심이 있던 바리스타 자격증, 심리상담사 자격증, 독서지도사 자격증, 방과후지도사 자격증 등을 포함하여 많은 강좌가 있었고, 클릭한번으로 결제 없이 강좌를 열람할 수 있었다. 사이트에서는 강좌를 60%이상 수강하고 온라인 시험을 치루어 또다시 60점 이상의 점수를 받으면 해당 분야의 1급 자격증이 나온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처음에 나는 이게 뭐지...하고 당혹감을 느꼈다. 앞서 내가 말한 자격증 4개를 모두 수강하면 총 160만원에 해당하는 수강료가 면제되는 것이었다. 나는 많은 고민을 하지 않고 수강하기 버튼을 클릭했다. 그리고 곧 기분 좋은 상상에 빠졌다. 쉬는 동안 자격증 공부를 하고 몇가지의 자격증을 따냈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내가 그려졌다. 상상 속에 나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이 쉼의 시간을 값지게 보냈다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는 아내에게 자격증 공부를 하겠노라고 바로 이야기했다. 아내는 그런 나에게  잘 해보라고 이야기했다.

 수강 신청을 하고 다음날이 되어 자격증 공부를 제대로 시작해야겠다하고 스스로를 격려하며 수업을 듣기로 했다. 그런데 공부를 하며 조금 의구심이 들었다. 커피바리스타 1급 자격증 수업을 들으며, 인터넷에서 강의 몇번을 듣고 온라인으로 시험을 봐서 합격하면 나는 바리스타 1급 자격자가 되는 것이었다. 나는 이 온라인 강의 몇번을 들으면 정말 커피바리스타 1급 자격자가 되는 것인가? 실제로 나는 커피 향도 맡아보지 못했고, 커피콩도 제대로 만져본 적도 없는데...자격증 사이트는 시험을 볼 때 예상기출문제를 참고하면 합격이 어렵지 않다고 광고하고 있었다. 사이트에서 내건 자격 시험 합격률은 90%이상이었다. 그 자격증은 내가 정말 그 분야에서 제대로 공부한 사람임을 나타내줄 수 있을까. 이건 비단 바리스타 자격 뿐만이 아닌 내가 신청한 모든 자격강의에 관한 것이었다.

 인터넷에서 해당 업체를 검색해보았다. 인터넷에서는 나처럼 해당 자격증 강의 사이트가 제대로 된 것인지 질문하는 사람과 해당 사이트에서 발급받은 자격증이 법적으로 어떤 문제도 없으며 믿을 수 있다고 답변하는(마치 광고하는 것과 같은) 사람 이렇게 두 부류가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한 부류가 더 있었는데 그러한 자격증은 국가에서 발급하지 않는 민간 자격이며 온라인 강의 몇번과 온라인 시험으로 받은 자격증으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이 자격증 공부가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왜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려고 했을까? 원래 자격증 공부를 하기 위하여 직장을 그만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누군가에게 내가 쉬는 동안 이런 이런 것을 이루었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는지...나는 내가 여전히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나의 삶의 시간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만약 내가 정말 어떤 분야를 공부해보고 싶었다면 나는 그 분야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을 찾고 고민했을 것이다. 그 분야에서 내게 수강료나 시간 등 원하는 것이 있다면 나는 그 조건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강의가 무료여서, 자격증을 따기 쉽기 때문이라는 이유는 어딘지 이상했다. 만약 내가 한 달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여러가지 자격증이 생겼다고 한다면, 그 자격증은 정말 의미가 있을까. 나는 정말 그 분야에서 1급 자격자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걸까. 그 자격증은 앞으로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모습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글을 보고 글을 써보는 것이니까.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생계를 해결해줄 일을 찾는 것이니까.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하지만 잠시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쉼의 시간이 생긴 것은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많은 것을 배려해주고 지지해주는 아내를 위해서도 이 시간을 헛되이 써서는 안되는 것이다. 나는 자격증 공부를 그만하기로 했다. 애초에 들어간 돈이 0원이었으니 별로 아깝지도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득의양양하게 자격증을 몇개나 땄다고 자랑하며 웃고 있을 나의 모습이 떠올라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그건 내 어리석음이 만들어낸 환상이자 내게 어떤 의미도 없는 모습일 뿐이었다. 


 아내에게 자격증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채 3일이 되지 않아서 자격증 공부를 그만두겠노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글을 보고 쓰고, 글쓰기 수업을 열심히 잘 다니겠노라고 이야기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잘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겠다고 했다. 작심 3일의 모습으로 비춰졌을 것 같아 걱정이 되었으나 아내는 나의 고민의 과정을 듣고는 빠르게 결단을 잘 했다고 칭찬해줬다. 나를 신뢰해준 아내를 위해서도 지금 주어진 시간에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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