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아가는 나날, 기록

161203 - 서른즈음에

by GrapeVine.Kim 2016. 12. 4.

 2016년 12월 15일. 공식적으로 다시 자유인이 되는 날. 하지만 이미 나는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1년 3개월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용한 휴가 4개. 회사는 퇴사 예정일인 11월 30일이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나에게 휴가가 있으며 퇴사 전에 사용해야한다고 통보했다. 휴가가 있으면 미리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줄수도 있었을 텐데. 회사는 11월 30일로 퇴사가 정해진 나에게 휴가처리를 위하여 12월 15일로 퇴사일을 미뤄야하니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했다. 미리 쉬고 싶다는 나의 의견은 묵살되고, 맞이하게 된 12월 1일. 누굴 탓하겠는가. 공부를 하지 않은 나의 탓도 있겠으니.

 사람들은 여러가지 질문을 했다. “그래서 뭐 먹고 살거야?”, “어디 좋은데 가는거지?”, ”안 무서워요?” 그 중에는 질문이 아닌 질타가 있기도 했다. “가정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지? 도무지 이해가 안가네.” 사람들은 나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나도 그들을 설득할 명분이나 이유를 찾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여러분들이 하고 있는 일은 분명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비록 저는 힘이 들어...같이 하지는 못하게 되었지만, 여러분들을 멀리서 응원할게요.” 1년이 넘도록 같이 일해왔던 사람들에게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바란다고 진심이 담긴 인사말과 감사했다는 마음만을 남긴채 뒤돌아 나와설 뿐이었다.

 이번이 사회복지사로서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되도록 오래 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나의 20대, 학창 시절은 사회복지사 자격증 한장으로 귀결되었다. 그 자격증을 따기 위하여 나는 수 년간 빚을지며 학교를 다녔고, 남은 것이라곤 그 것 뿐이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사회복지 현장을 경험하고는 사회복지를 외면하고 싶어졌다. 열악한 근무 조건이나 현장은 고려하지 않는 공무원 집단, 우리가 죄를 저지르지 않았음을 끊임 없이 증명하라는 사회복지를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 등으로부터. 그리고 누군가를 섬길 수 없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부터. 나는 도망치고 싶었던 것 같다. 일을 하며 돈을 벌 수 있어서 좋았지만,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않았다. 지금은 버티며 살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괴로움 속에서 지낼 것 같았다.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 자주 아내에게 힘듦을 토로했다. 아내는, 너무 힘들면 다른 일을 찾아보자고 이야기해주었다. 나는 고민했다. 정말 사회복지사를 이제 그만 두어도 괜찮겠냐고 스스로에게 반문했다. 그리고 이 직업이 내게 돈 버는 것 이상의 의미를 주지 못한다면, 다른 직업을 해도 상관 없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니, 돈도 벌고 내 삶을 조금 더 의미 있게 해주는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무살이 되기도 전에 직업을 정해버린 어린 시절의 나는 스스로를 잘 모르고 있었던 것 뿐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깝고, 아깝지만, 스무살의 나의 선택을 아쉬워하는 서른 살의 내가 마흔 살의 나에게 아쉽다는 표현을 듣게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나는 새로운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이왕 이렇게 된거, 관심이 있는, 기대가 되는, 하고 싶은 것들을 찾기로 했다.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가 있다. 점점 더 멀어져간다는 가사는 자신 안에 자신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발견할 수 없어 텅 비어버린 자신에게 느끼는 공허감을 표현하는 것 같다. 우리 모두는 어쩌면 서른 즈음에 그런 경험을 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그 노래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충분히 이끌고 있으니. 그러나 공허감을 느끼는 바로 그 시기에 우리는 경각심을 가지고 자신의 모습을 찾고자 선택할 수도 있다. 나는, 남은 인생 속에서 다시금 해보고자 한다.



'살아가는 나날,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1.5 / 지금을 위한 고민 - 자격증 공부를 그만 두다.  (0) 2017.01.05
12.10.07  (0) 2016.12.18
162022, 받아들인다는 것  (2) 2016.02.23
150903, 추락  (2) 2015.09.03
150819  (0) 2015.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