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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나날, 기록

162022, 받아들인다는 것

by GrapeVine.Kim 2016. 2. 23.

오랜만에 나의 공간을 찾아왔다. 작년에는 그래도 힘이 들었는지, 무언가 나라는 사람이 여기 살아있다는 것을 증거하려듯 이 공간을 채워넣었던 것 같았는데...요즘은 회사생활로 인해 여유가 없는지, 아님 마음에 여유가 생겼는지 통 찾아오지를 않았던 것 같다. 역시나 나는 요즘 힘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이렇게 '나 살아있다.'하고 증명하고 싶어졌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야심한 밤, 잠들기 전에 수고스럽게 키보드 몇 조각들을 두들기고 있으니.

몇 일 전, 늦은 시간이 다 되어 발신자에 '엄마'하고 떠 있는 전화를 받았다. 엄마는 대뜸 입원을 했다고 했다. 가슴이 무거웠다. 어디가 아픈지 물었고 별거 아니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엄마는 그래서였는지 십수년은 다녔을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했다. 걱정하지 말고 네 살길이나 잘 찾으라는 엄마의 말과는 다르게 가슴은 무겁기를 더해 땅에 뭍혀버렸는지 사방의 흙들이 날 포위하고 짖누르기시작했다. 앞으로 엄마는 잘 지낼 수 있을까. 그리고 아직 혼자 생활도 책임지기 어려원하는 난 이제 어떡하지.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일들이 많았다. 벌어 놓은 돈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지금 버는 돈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우리 부모님이 여유가 있는 사람들도 아니었다. 서울에서 자라나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나와 내 짝궁은 서울에 집을 구하려고 했는데, 10평 남짓의 집이 전세가 1억이 넘었다. 이것도 싼 편이었고, 보통 1억 중반 이후로 시작했다. 그런 집에 들어갈 형편이 당장은 어려웠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집이었지만, 집 이외에도 많은 부분에서 돈은 필요했다. 내 짝궁은 기대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상황상 내려 놓은 것들도 많았다. 필요하지 않는 것들은 없어도 괜찮다고 고민하고 결정내려준 내 짝궁이 고맙기그지 없지만, 그와 동시에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미안함으로 바뀌기도 했다. 이제 내 부모님이 되실 짝궁의 부모님에게도 아직 부족한 것이 많아 죄송한 마음이 들곤 했다. 고마운 마음과 죄송스런 마음으로 이 결혼을 준비 중이다.

회사 일이 조금씩 바빠지기 시작했다. 바쁜 것도 바쁜 것이나 어려워지기 시작하는 것도 있었다. 아직 신입직원으로 다른 사원들보다는 어려운 일이 적겠지만, 일을 배우면 배울수록 해야하는 일과 그 난이도 또한 커지는 법일 듯 하다.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불신감이 다시 시커먼 얼굴을 들이밀기 시작했다. 참 오랫동안 날 쫓아다닌 그 녀석은 마주칠 때마다 반갑기는커녕 지겹고, 불쾌하고, 불안했다.

많은 부분이 나를 흔들려고 하는 것 같았다. 마음이 울적하고 무거웠다. 앞으로 짊어지고 가야할 것들이 많아지는 것만 같았다.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몰려왔다. 몰려오는 두려움 속에서 과거의 실패를 등에 업고, 다시 주저않고 싶지 않다고 외치는 내가 마주선 나에게 문득 물었다. "그런데 난 왜 불안할까."

불안한 마음은 그렇게 될까봐 무서운 마음인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안되는데,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 그런 상황이 닥치면 너무 힘들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닥치면 안돼. 이렇게 어떤 것을 무서워하는 마음이 아닐까. 또 무섭기 때문에 그것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되고, 피하고 싶은데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나는 내게 일어났던 일, 지금 내게 일어나고 있는 일, 앞으로 내게 일어날 일을 부정하고 싶은 것 같았다. 바꿀 수 없는 내 삶의 증거들, 내 주변의 상황들을 부정하고, 부정하고 싶은 것인데, 이건 어쩌면 바보스러운 행동일 수 있겠다. 그냥 그대로 있는 일을 바라보면서 그건 아니라고, 아닐 것이라고, 있을 수 없는 일들이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으니까. 산을 보고 바다라 하고, 바다를 보고 들이라 하고, 달을 보고 태양이라고 하는 것과 같으니까. 불안은 어쩌면 내가 정말 싫어하는 기만하는 마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그냥 내 삶을 받아들여야겠다고 마음이 먹어졌다. 사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몇개 되지 않았다. 일 열심히 하고, 돈 열심히 벌고, 내 짝궁 더 마음 상하지 않도록 더 사랑하고, 내가 해야할 일들 잘 하는 것 말고는 없었다. 그냥 받아들이자. 이 상황을 받아들이자. 누가 보면 힘든 삶일 수도 있고, 누가 보면 할만하다는 삶일 수도 있는 지금의 내 삶을 받아들이자고. 할 수 있는 것에 더 힘쓰며, 애쓰며 살자고.

그렇게 생각하니, 그래 마음은 조금 편해졌다. 나쁘지는 않았다.

조금 더 힘내자는 결의 비슷한 것을 남기려고 이렇게 몇 글자를 썼나보다. 이제 잠이나 자야겠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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